그 한 사람 뿐일까
그 한 사람 뿐일까
  • 경남일보
  • 승인 2016.07.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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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교육부의 한 고위 공무원의 발언이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다. 그는 기자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99%의 민중은 개, 돼지”이며 “신분제가 공고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의역 사건의 김군을 “어찌 내 자식처럼 생각할 수 있느냐. 그것은 위선이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의 망언에 졸지에 개, 돼지가 돼버린 국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이러한 분노가 확산되자 교육부는 파면처분을 신청했다. 그의 발언에 담긴 우리나라 일부 공무원들의 현실 인식의 위험성은 그의 파면으로 없앨 수 없는 것이기에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이 답답하다. 우리 사회는 자신과 같은 고위직이나 재벌 1%가 개, 돼지와 같이 먹고 살게만 해주면 만족하는 99% 민중들을 이끌어가는 사회이므로, 신분제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그 하나만의 생각일까 하는 의심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주인으로 섬겨야 하는 머슴과 같은 존재’라는 교과서적인 정의는 사실 환상에 가까운 수사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은 흔치 않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과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는 데에는 추호의 의심을 품지 않았다. 모든 인간은 신 앞에서 평등한 존재라는 휴머니즘의 신조를 내세우면서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으로부터 시작한 근대의 세계사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또한 그러한 역사의 혜택을 받고 태어나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사회적 혜택을 받으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전 인류의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만드는 자리에 있었다니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술에 취했다거나 하는 여러 변명으로 이 사태를 벗어나려 했다. 특히 신분제 공고화 발언에 대해서는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변명한다. 물론 우리 사회의 현실은 금수저·흙수저론이 회자되듯이 과거의 신분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를 그냥 바라보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자신이 1%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풍족한 생활을 누리면서 그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작 그가 개, 돼지라고 표현한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1%의 인간에 속한다거나 1%의 인간의 무리에 포함되기 직전에 있다는 환상 속에서 국민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 이러한 태도가 그동안 정부의 독선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러한 독선적 태도로 인해 받은 아픔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그대로 겹쳐진다는 데에 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없이 그저 1%의 부와 지위만을 좇아가는 사람이 그 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순진한 바람을 가져보지만 이는 부질없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짓누른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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