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결핍(缺乏)과 성장(成長)
[객원칼럼] 결핍(缺乏)과 성장(成長)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5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화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항공정비과 교수·공학박사)
독일출신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아르놀트 겔렌(Arnold Gehlen)’이 1960년도에 발표한 ‘인간’이라는 책에 따르면, 인간은 생물학적 결핍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이나 제도, 문화 등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즉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주어져 있는 ‘환경’에 인공을 가미해서 제2의 자연, 제2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 들어가 살아간다는 표현이기도하다.

필자는 대학원시절 이 책을 접했지만 그 내용이 워낙 철학적인지라 대충 읽고 곱게 보관하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됐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산업 업종의 위기환경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다양한 미스매치 현상, 그리고 청년실업 지속에 반해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 제도와 문화를 다시금 살펴보고 산학협력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감지할 수 있는 자기성찰과 반성의 시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겔렌에 의하면, 갖출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나는 동물은 그러나 자기 환경에 메여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났기 때문에 스스로 환경을 자기에게 맞게 고쳐가며, 만들어가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이 환경적 요소를 저자는 ‘문화(文化·Culture)’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학측면에서 볼 때 문화는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 환경을 자기에게 맞게 고쳐가는 이러한 인간의 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문화’의 능동적 결과를 ‘기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술은 결핍부담을 극복하기 위한 생산적 활동이었으며 최소한 현재까지는 ‘부(富)’를 이루기 위한 기반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은 예기치 못한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문화’속에서 겔렌이 미처 말하지 못한 ‘구성원들과의 이해관계와 이권’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수주량 측면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무렵, 바다와 마주한 각 지자체들은 용접이라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특성을 부각시켜 대량고용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지역경제 활동인구 증가’라는 명목으로 조선업 유치전을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우리나라에는 ‘문화’는 없었다. 오직 결핍부담을 극복하기 위한 생산적 활동이 아닌 ‘부(富)’를 이루기 위한 맹목적 추종과 이해관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생존을 위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결핍’이 생략됐고 미래에 대한 준비는 아예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추측이 든다.

늦었지만 지금의 조선산업 위기는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새로운 결핍을 불러 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무조건 금전적인 부분으로 해소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해당 산업이 항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를 갖춰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인프라가 겔렌이 말하고 있는 ‘문화’의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인간학적 접근이 지금은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김태화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산학협력처장·항공정비과 교수·공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