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박물관과 피서교육
[교단에서] 박물관과 피서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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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바야흐로 여름이고 방학과 피서의 계절이다. 프랑스의 ‘바캉스’는 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름휴가였는데, 지금은 세계적 피서의 고유명사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피서의 역사도 참으로 오래됐는데, 울주 천전리 각석의 그림과 글씨에 의하면 청동기시대부터 피서가 있었음 알 수 있고, 그 후대에도 피서를 위한 가옥의 구조, 수많은 음식들, 죽부인이나 등거리, 부채 등 피서 기구들도 많았다. 이 피서는 20세기 이후에 ‘해수욕’이라는 새로운 풍습이 등장했는데, 우리나라에는 1913년 일본인들에 의해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개장되면서 새로운 피서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근자의 세속화된 피서문화는 식구들이 떼 지어 계곡과 바다로 가서 물놀이하고 삼겹살 구워먹는 것이 능사가 됐지만, 이러한 피서가 참된 피서가 아님을 부모들께서 더 잘 아실 터이라 나는 고상한 박물관 피서를 권장한다.

주지하다시피 박물관은 ‘오래된 유물이나 문화적·학술적 의의가 깊은 자료를 수집하여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인데, 2006년 개봉된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에게 심정적 거리가 있던 박물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을 전환해 주었다.

경남엔 국립인 김해와 진주박물관을 위시해 시·군·도립박물관 19곳, 사립박물관 13곳, 대학박물관도 5곳이 있다. 이 박물관들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하게 전시되고, 가끔 특별전도 열리는데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진주박물관만 해도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 특별전이 전시 중인데, 이 전시로 남해의 작은 섬 ‘늑도’가 국제무역항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 어렵게 찾은 박물관에 머무는 시간은 대개 1시간 정도인데, 이는 전시유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의미를 알지 못해 대충 지나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조 때의 문장가인 유한준은 서화 수집가 김광국의 화첩인 석농화원(石農畵苑) 발문에서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면 참되게 보게 되니, 볼 줄 알면 모으는데, 이는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라 했다. 우리의 박물관도 유물을 그저 쌓아둔 것이 아니라 선인들의 삶과 정신이 온전하게 보관된 곳, 그래서 자녀들과 함께 천천히 거닐면서 꼼꼼히 관람하면 정신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아가 한여름의 더위도 식힐 수 있는 덤도 있기에 이번 여름엔 가보자, 박물관으로.
 
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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