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잘못했네"
"매미가 잘못했네"
  • 김송이
  • 승인 2016.07.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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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기자
김송이기자
매미가 왕왕 울어대는 통에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어느 수험생의 호소. 까마득한 선배가 쓴 본지 27일자 기사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귀엽다’였다. 한시가 바쁜 와중에 매미 따위가 공부를 방해하다니 수험생이 느꼈을 짜증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에겐 미안하지만) 그런 짜증이 귀엽게 느껴졌다.

매미는 또 어떠한가. 먹고살기가 힘들어 연애, 결혼, 출산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요즘, 매미야말로 제 짝을 찾기 위해 목청껏 울어재끼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험생은 온 정신을 집중해 공부해야만 원하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겠고, 수컷 매미는 열심히 울어야 장가를 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나 과거에도 수험생은 존재했고 매미 역시 살았을진대 오늘날 매미의 울음소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는 매미 소리가 올해 유달리 커진 것은 아니라며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개체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학교나 아파트 단지 등까지 날아들어 동시에 울면서 소음으로 느껴지는 것이라 분석했다. 즉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요즘 매미의 목청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 할머니 댁 평상 위에서 옥수수를 먹으며 들었던 매미 소리는 지금의 그것과는 정말 다른 것일까. 어제도 뛰고 오늘도 뛰었지만 내일도 뛰고 또 뛰어야 겨우 남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무한경쟁 사회에서 우리는 매일을 조급하고 지친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세상 변한 줄 모르고 그때나 지금이나 눈치 없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매미. 매미가 잘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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