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준비 없는 100세 시대 재앙?
[경일시론] 준비 없는 100세 시대 재앙?
  • 경남일보
  • 승인 2016.08.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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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장수는 모든 인간의 소망이나 세월 이기는 장사 없듯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언젠가는 모두 늙고 죽는다.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것은 인간 행복의 절대조건이다. 의학 발전 등으로 급속한 고령화로 만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처음으로 3159명을 돌파했다. 206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1위에 오를 전망이다. 100세 진입을 앞둔 90대 노인도 15만 명을 넘어섰다. 본격적으로 장수시대가 열린 것이다. 노인들 대부분이 자식들 뒷바라지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했다. 노인들이 가난해 소비가 줄어들고, 의료비 등 사회보장비용 증가로 경제활력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기본 소득 없이 50년 백수불행

평균수명이 81세나 병을 앓으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10여년을 빼면 건강수명은 70세에 불과하다. 노인복지정책이 단순히 빈곤, 질병 등에 시달리는 소수의 노인들을 수동적으로 보호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노인들의 일자리도 소일거리 정도의 공익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100세 이상 노인 수는 크게 늘었지만 삶의 질은 퇴보했음이 밝혀졌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175만 명의 폐지줍는 노인들이 70세가 넘어서도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상태가 좋아져 수명이 늘어난 것은 축복할 일이지만 기초연금 증액 등 노후복지 대비책이 미흡해 고령화 사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특히 50대에 퇴직, 기본소득 없이 100세까지 살면 50년간을 백수로 살아야 하는 불행도 있다.

유럽에서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도록 하자는 취지로 조건 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국가가 지급하자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스위스가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월 우리 돈 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법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76.9%가 반대함으로써 부결됐다. 상대적으로 복지수준이 떨어지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라고 했다. 우리 국회 입법조사처도 유럽 같은 많은 금액은 아니라도 ‘기본소득 도입 논의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본소득 검토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노인의 빈곤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 10명 중 7명은 2가지 이상의 빈곤을 함께 경험하는 ‘다차원 빈곤층’이라 한다. 65세 이상 노인 70%가 매달 10만~20만원을 받는 기초연금이 빈곤노인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자살률이 10만 명당 120명이라고 밝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이자 OECD 평균(10만 명당 18명)보다 6배나 높은 수준이다. “통장 잔고가 끝나기 전에 빨리 죽고 싶다”는 일본의 은퇴 노인에게 연 78만엔(약 800만원)의 연금이 너무 적어 살기가 어렵자 일부러 감옥에 가는 사태가 우리도 우려된다. 수감자 1명을 먹이고 재우는데 드는 연간 420만엔(약 4300만원)이 들어 연금 대비 5배 이상에 달하는 것이다.


 
東方禮儀之國이란 말이 무색

오래 산다는 게 그저 물리적 수명의 연장에 그친다면 그건 불행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여건이 갖춰져야지 ‘준비 없는 100세 시대는 재앙’일 뿐이라는 얘기다. 노인복지수준을 보면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란 말이 무색하다. 노인문제는 일부 계층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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