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높이는 휴가
삶의 질을 높이는 휴가
  • 경남일보
  • 승인 2016.07.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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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식(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이국식

출장이든 개인적인 일로 가든 이 나이에도 서울 길은 늘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광화문 사거리, 교보생명 본사 외벽에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내걸리는 글판이 바로 그것이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쉬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2005년). ‘오늘은 반짝이는 은어가 되어 푸른 강물을 헤엄쳐 보는 건 어떨까, 친구!’(2006년), ‘먼데서 바람 불어와/풍경소리 들리면/보고 싶은 내 마음이/찾아간 줄 알아라’(2014년). 휴가철이면 문득 생각나는 여름철의 광화문 글판은 내게 쉼터이자 때로 도약할 수 있는 구름판이 돼주기도 했다.

휴가철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휴가’도 일만큼 삶의 한 부분이 됐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온 탓에 축적된 ‘부’와 ‘여유있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관심은 소홀했던 것 같다. 여가는 시간의 양보다 내용이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일 사이사이에 놓여지는 여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가가 일의 중단이란 수준을 넘어 문화의 수준을 지니게 되려면 가치성, 창조성, 연속성에서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삶의 의미와 연결 지어져야 한다.

여가는 주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스스로에 의해 만들어지는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가를 만들어 활용하는 사람이야말로 한정된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다. 성서 창세기에는 하느님도 여섯 날을 통하여 천지를 완성하고 일곱 번째 날은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었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도 쉼, 즉 여가는 신(神)의 축복이라고 했으며 이는 마땅히 일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전이라고 했다.

종전에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여가가 적고 여가가 많은 사람은 일을 적게 하는 사람이라는 배분원리로 양자관계가 존재했지만 이제는 시간적·경제적인 면에서 여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일을 능률적으로 하게 되고, 건전한 여가활동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 축적으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올 여름 광화문 글판은 이준관의 시를 옮겨 놓았다. “구부러진 길이 좋다/들꽃피고 별도 많이 뜬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휴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본다.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을 만나는 시간.

이국식(경상남도교육청 학교혁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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