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힐에서 얻는 희망
로즈힐에서 얻는 희망
  • 경남일보
  • 승인 2016.07.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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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미국 LA거주 교포)
조세핀
미 LA부근 로즈힐은 산등성이를 깎아 묘를 쓴 곳이다. 이곳에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풍경을 관망하듯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한 분은 얼마 전 남편을 여읜 이후 자주 이곳에 찾아간다. 커피 한 잔과 피크닉 의자를 들고 세상을 뒤로한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는 남편과 공유했던 추억을 나에게 풀어냈다. 아이가 미국 아이에게 언어와 생김새 때문에 놀림을 당하다가 하루는 죽기 살기로 덤벼 코피를 흘리며 돌아오던 길에서 마주쳤을 때라든지, 그것을 함께 걱정했던 일, 남편이 작업 중 높은 곳에서 떨어져 응급실에 실려가 수백 바늘을 꿰매고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던 모습을 보았을 때라든지, 그런 위기를 넘기고 이제 좀 살만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간암선고를 받았던 때라든지,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의사로부터 이제 더 이상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몇 줌의 재가 되어 작은 항아리에 담긴 남편을 들었을 때 그 가벼움이라든지….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아내고 또 쏟아내어도 매번 처음 같은 서러운 눈물이 난다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는 남편과 행복했었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시간에 무게추가 실리는 듯했다. 한 인간이 걸어왔던 그 길, 낙엽이 흩날리거나 벚꽃이 와르르 쏟아지거나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그 길을 들여다보는 일들이 이제 와서는 거대한 산을 마주 바라보는 일처럼 장엄하고도 신령한 어떤 의식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참 미안하고 죄송하게도 아픔을 당한 사람을 통해 내가 위로를 받고 상처를 치료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난다. 다른 것 같지만 너무 흡사하게 닮은꼴의 사람들이 복잡한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고도 귀한 줄 모르고 살아가다가 이런 슬픔을 겪는 사람을 만나고 보면 사람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위로이고 귀중한지를 알게 된다. 아니 살아가는 일들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지 알게 된다.

오늘도 로즈힐에 잠든 수많은 영혼들이 훅 하고 숨을 내쉬면 수억만의 홀씨가 하늘로 훨훨 날아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세핀 (미국 LA거주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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