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
다래
  • 최창민
  • 승인 2016.08.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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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취재부장)
여름해가 서산에 지고 노을이 드리우고서도 한참 뒤에야 옆집 할머니는 집에 도착했다. 그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망태기를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낮에 소나기를 맞았는지 젖어 있었는데 허투루 보기에는 빗물인지 땀인지 구분이 안 갔다. 매일 산일을 하느라 거무튀튀하게 변하고 닳아버린 삼베옷은 풀이 죽어 어깨마저 처져 있었다.

▶그러나 까만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이를 보자 그제야 활짝 웃었다. 그리고 망태기에서 칡잎으로 곱게 싼 열매 한 움큼을 내밀었다. 아이는 익숙한 듯 그 열매를 맛있게 먹었다. 그는 산에서 딴 다래가 깨지지 않도록 망태기 위에다 조심스럽게 보관한 뒤 집에까지 가지고 온 것이었다.

▶한국의 산에 널리 자생하는 다래는 옛 시골아이들의 먹을거리였다. 대추모양의 초록색이며 8∼9월에 성숙한다. 비타민C가 많아 열매 1개가 성인 1명이 필요로 하는 하루의 양이라고 한다. 주스로도 먹지만 자연적으로 서리를 맞아 잔주름이 생긴 것을 먹을 수 있다. 시중 마트에서 팔고 있는 노란색 골드키위는 다래와 키위의 교배종이다.

▶얼마 전 산행 중 등산로에 떨어져 있는 다래를 주워와 숙성한 뒤 아이에게 줬다. 강권에 못 이겨 억지로 한입 베어 물더니 “맛이 왜 이래”하면서 곧 뱉어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밥도 잘 먹지 않는다. 먹을 게 많고 입맛이 달라졌다고 이해하려하는데, 왜인지 마음 한구석엔 우리가 잃어버리는 게 너무 많아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창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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