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올리던 사찰서 맞은 금메달 소식
108배 올리던 사찰서 맞은 금메달 소식
  • 정희성
  • 승인 2016.08.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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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선수 모친 최명선씨, 간절함과 닿은 대역전극
▲ 펜싱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 자택

“상영이가 결승전에 진출한 후 전화를 했다. 눈물이 나 울먹이니 상영이가 ‘아직 울 때가 아니다. 금메달 따면 그 때 울어라’고 했다. 목소리가 자신만만해 큰일을 낼 줄았다. 그래서 ‘차분하게 해라’고 격려해 줬다.”

대역전극으로 10일 새벽 금빛 낭보를 전한 박상영(21·한국체대) 선수의 어머니 최명선(51)씨는 경기 전 날 진주의 한 사찰로 홀로 향했다. 108배를 올리며 박 선수에게 ‘기(氣)’를 전하기 위해서다.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박 선수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영웅의 어머니는 그날 아침, 진주시 상평동 집에서 수많은 취재진에게 둘러 싸여 차근차근 아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박상영은 진주 제일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의 권유로 검을 처음 잡았지만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최씨는 “그 당시 상영이의 신체 조건이 썩 좋지 않았다. 또 사업을 하다 실패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서 반대를 했다”며 “개인 장비를 사주지 못했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했다. 고 2때 처음으로 개인 장비를 사줬다. 너무 미안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상영은 중학교 3년때 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체전을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고2 때 주니어 대표, 고3 때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씨는 “상영이는 포기를 모르는, 정신이 강한 아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찰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했다. 결승에서 점수차이가 많이 났다. 9-12가 됐을 때 같이 경기를 보던 스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저는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기적처럼 현실로 다가왔다. 3피어리드, 10-14로 뒤진 절체절명의 위기. 한 점만 더 내주면 경기는 끝나는 상황. 하지만 박상영의 대반격이 시작됐고 경기는 15-14로 끝났다.

그는 “은메달을 확보한 후 전화가 왔는데 울지말라고 했다. 금메달 따면 울라고 했다. 결승 끝나면 전화한다고 했는데 전화가 없다. 스타가 되니 변한 것 같다”며 그저 세야 함박 웃음을 지었다.

최씨는 “올림픽 두 달 전부터 고성 옥천사, 진주 호국사·청곡사 등 유명 사찰을 돌며 108배를 올렸다. 올림픽 일주일을 앞두고 매일 잔치를 하는 꿈을 꿨다. 좋은 꿈을 꾼 게 상영이게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박상영은 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해 올림픽 출전마저 불투명했다. ‘펜싱 신동’으로 승승장구 하던 박상영은 좌절했다.

명선씨는 아직도 당시 의사의 말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악’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상영이가 쓰러졌다. 의사선생님이 십자인대가 파열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상영이가 화장실에서 엉엉 우는 모습을 봤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펜싱을 못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박상영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1년간의 힘든 재활을 마치고 땀과 노력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최씨는 “경남체고 시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서 첫 우승할 때만큼 기뻤다. 그 때 보다 더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앞으로 단체전이 남았는데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상영의 친형인 박상훈(25·경상대 도시공학과 재학)씨는 “멋진 친구이자 존경의 대상”이라고 동생을 치켜세웠다.

박씨는 “동생이지만 본 받을 점이 많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이 멋지다. 동생이 다쳐서 힘들어 할 때 도움이 못 돼 가슴 아팠다. 경기 당일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응원했다. 단체전도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면 꼭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정희성기자 raggi@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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