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누진제
서러운 누진제
  • 정만석
  • 승인 2016.08.10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만석 (논설실장)
지난해 큰 맘먹고 장만한 에어컨을 켤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 무섭다는 고3 수험생 아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전기요금 폭탄 때문이다. 나만 이렇게 찌질한(?) 생각을 하는 걸까? 곳곳에서 전기요금(누진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 보니 다소 위로가 된다. 그런데 정부는 “에어컨을 못 튼다는 말은 과장됐다”고 한다. 야속하기도 했지만 내가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지난 2007년, 정부는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기 위해 누진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10여년이 지난 지금, 소득 재분배 효과는 떨어지는 반면, 오히려 저소득층에만 절약을 강요하는 상황이 됐다.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은 100㎾h 단위의 6단계 누진 구조다. 월 전력사용량이 100㎾h 이하인 1단계 전기료는 ㎾h당 60.7원, 500㎾h를 초과하는 6단계는 709.5원이다. ㎾h당 전기료가 최대 11.7배의 격차가 생긴다. 그래서 에어컨을 사놓고도 모셔 둬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걸 고쳐보자는데 정부는 안된다고 매정하게 말한다.

▶열사병과 탈진 등으로 병원을 찾는 온열(溫熱)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워서 죽을 지경’이라는 서민들의 아우성은 ‘소리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도 서러운데 전기요금 폭탄까지 맞아야 하는 심정을 정부는 알기나 하는 걸까.

정만석 (논설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