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멧국과 묵나물’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멧국과 묵나물’
  • 김지원·박현영
  • 승인 2016.08.21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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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다슬기로 맛을 낸 냉국과 정성가득한 묵나물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멧국’. 다슬기 장으로 양념한 멧국은 은은한 에메랄드빛이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빛깔만큼 곱다.


하루아침에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찬 음료수와 찬 음식만 찾았던 여름식단에 기력은 떨어지고 배탈나기도 일쑤다. 그래서 한 여름 음력 6, 7월은 삼복이라며 기력을 보해줄 음식을 챙겨먹기도 했다. 어쩌다 하루 보양식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밥상을 무엇으로 채울까는 언제나 고민이다. 밥과 국을 차려내야 그럴듯한 한상차림이 되는 한국인의 밥상을 위해 현숙씨가 뜨거운 국 대신 시원하고도 건강한 다슬기멧국과 묵은 재료로 1년 내 즐길 수 있는 4종류의 묵나물을 소개한다.



멧국? 낯선 단어에 당황한 취재진에 현숙씨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멧국은 바로 냉국의 경상도 사투리라는 것. 여름철 자주 해먹는 국물요리가 냉국이다. 불린 미역에 오이와 양파 고추 등을 넣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다.

 시원하고 간편한 냉국이 요리고수 현숙씨의 손맛을 거쳐 업그레이드 요리가 됐다. 다슬기 장조림이 오늘 냉국의 주인공이다.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는 물살이 센 강이나 개천의 바위 등에 붙어 살고, 논에서 자라는 논고둥도 종류도 있다. 다슬기는 원래 차가운 성질을 지녀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독특한 모양과 맛을 지닌 다슬기는 경상도에서는 고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충청도 지역에서는 올갱이로 불리기도 한다. 숙취해소 메뉴로 다슬기해장국을 꼽을만큼 간에 좋고 이뇨작용을 돕는데도 효능이 있다. 눈의 충혈을 다스려 준다고 해서 눈에도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다슬기를 삶으면 맑은 초록색 국물이 나오는데 그대로 마셔도 좋은 건강식이다. 아욱이나 부추를 넣고 된장을 풀거나 들깨가루를 넣은 다슬기 해장국은 쌉싸롬하면서도 부드러운 국물에 오돌오돌 씹히는 다슬기 알맹이가 재밌는 식감을 더해준다.



 
다슬기 알멩이로 다려낸 다슬기장. 한번 끓여두면 냉국에 간을 맞추는 것은 물론 무침 등에 양념으로 쓸 수 있다.


 현숙씨가 삶은 다슬기 알멩이만 꺼내서 장조림을 만들었다. 초록색 국물을 끓여낸 알멩이만으로도 싱싱한 초록빛이 진하다. 다슬기 알멩이에 한번 달인 액젓과 국간장을 섞어 간을 맞추고 다시마 우린 물을 부어 바글바글 끓인다. 젓갈을 바로 사용하면 비린맛이 강하게 날 수 있으니 한번 끓여서 사용하거나 시중에 판매하는 액젓을 쓰는 것이 좋다. 여기에 슬라이스 한 마늘만 넣어서 다슬기 장조림을 만들어둔다.

 다슬기장조림이 식는 동안 멧국에 들어갈 채소들을 장만한다. 미역은 미리 물에 불려두었다가 죽염, 식초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둔다. 오이는 속을 파내고 채썰고, 파프리카와 부추도 적당한 길이로 준비한다. 부추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재료로 차가운 성질의 다슬기와 함께 사용하면 좋다. 향긋한 미나리와 깻잎도 길게 썰어서 준비한다. 양파도 얇게 썰어 준비한다. 달콤한 맛을 더해주기 위해 배를 채썰어 넣기도 한다.

 준비한 각종 채소에 다슬기장을 수북히 넣어준다. 동그랗게 말린 다슬기 알멩이를 씹는 맛도 재미있다. 여기에 다시마 우린 물을 국물로 부어주고 매실청, 레몬, 식초를 1:1:2분의1을 섞어 새콤한 맛을 낸다. 취향대로 겨자를 넣어 알싸한 맛을 더해줄 수 있다. 차갑게 즐길 수 있도록 투명한 각얼음과 빨간 오미자얼음을 올려서 차려낸다. 오미자청이 녹으면서 단맛이 더해지므로 오미자얼음은 포인트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슬기장만 미리 만들어두면 불기 없이 시원한 국물요리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묵나물’. 고사리, 피마자잎, 토란줄기, 취나물로 만든 묵나물이다. 제철 채소를 가공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지혜로운 음식이다.


다슬기 멧국과 함께할 오늘의 반찬은 묵나물이다. 제철에 나는 나물거리를 삶아서 말린 다음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묵나물이다. 요즘에야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식재료를 싱싱하게 접할 수 있지만 제철이 아니면 푸성귀도 귀했던 예전,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재료다.

 지난해 만들어둔 토란줄기와 피마자잎 묵나물과 올 봄에 만든 취나물과 고사리 4종류의 묵나물을 준비했다. 묵나물은 바짝 말려둔 것이라 30~40분 이상 삶아주어야 한다. 고사리나 토란줄기 같이 독성이 있는 채소들은 푹 삶고 하룻밤 정도 물에 담가두었다가 사용한다. 물기를 적당히 짜낸 나물들은 한번 달여낸 젓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들기름을 넣고 센불에서 볶아낸다. 다시마 우린 물을 조금 넣어서 양념이 잘 섞이도록 볶아내는데 최대한 물기를 날리는 것이 포인트다.

 포슬포슬하게 볶아낸 나물들은 냉동보관하면 오래두고 먹을 수도 있다. 여름에는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는데 물기를 최대한 날려서 볶아낸 나물은 의외로 쉽게 상하지 않는다. 조금 짜게 조리하는 것도 염분이 많이 배출되는 여름철 음식에는 어울리는 조리법이다. 오래두고 먹을 묵나물은 다른 양념이나 조갯살을 넣지 않고 담백하게 볶아낸다. 취향에 따라 들깨를 물에 개어 걸죽하게 나물을 무치는 방법도 있다.

 현숙씨는 센불 위에 올려둔 프라이팬에서 나물을 휘저으며 말했다. “제일 하기 쉬운 거예요. 몇번 건들지 않아도 불이 다 해주니까.” 아직 한낮의 햇살을 뜨겁다. 불 앞에서 서서 끼니마다 밥상을 차려내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조금 더 뜨겁고 치열한 계절이다. 시원한 다슬기 멧국과 간간한 묵나물 4종을 차려낸 여름밥상에는 치열한 요리사의 정성이 한가득이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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