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안평중(安平仲)
그리운 안평중(安平仲)
  • 경남일보
  • 승인 2016.08.3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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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봉곡초등학교 교장)
박상재
안자춘추의 주인공 안영은 자가 평중(平仲)이다. 제나라의 재상으로 5척 단신이며 검소하고 주군에 대한 충성심으로 영공, 장공, 경공을 모신 춘추시대 최고의 명재상이다. 오죽했으면 사마천이 “안평중의 마부라도 시켜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을까. 안평중의 뛰어난 자질을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초나라 영공은 그를 불러 개구멍으로 들어오게 했다. 안평중은 “나는 개나라 사신으로 온 게 아닌데 사람 다니는 문은 없고 개구멍뿐인 걸 보니 이 나라는 개나라인가보군”하고 돌아가려고 제스처를 쓰니 놀란 영공은 그를 급히 궐 안으로 불렀다.

영공이 “제나라는 사신으로 보낼 인물이 그렇게 없나?”라고 비꼬자 “저울 추는 비록 작으나 천근을 잴 수 있으며 노는 비록 가늘지만 커다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 주군은 상대방의 국격에 맞게 사신을 보냅니다”라고 대답한다. 머쓱한 영공이 귤을 하사하자 귤을 처음 보는 안평중은 껍질째 먹는다. 이 모습을 보고 신하들이 놀리자 “임금께서 하사하신 귀한 귤을 어찌 껍질인들 버릴 수 있겠소” 하자 일순간 장내는 숙연해진다. 반전을 노린 영공은 이번에는 짜여진 각본대로 도둑질한 제나라 사람을 묶어 대전으로 데리고 온다.

영공은 “어찌 제나라 사람들은 남의 나라에까지 와 도둑질을 한단 말인가. 제나라는 도둑놈들뿐인가”하며 비꼬자 안평중은 “제나라는 기후가 온화해 도둑놈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곳 초나라에 오니 풍토가 척박해 도둑놈이 됐나 봅니다”하며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한다. 안평중은 자기 관리에도 철저한 인물이다. 자신에게 3년 동안 충성한 참모를 단칼에 자른다. 자신의 잘못을 3년 동안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다는 죄로….

“뜻은 백성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높은 게 없고, 행동은 백성을 즐겁게 해주는 것보다 더 두터운 게 없다”는 안평중이 오늘따라 너무나 그립다. 진정 사마천이 이야기한 꿈, 희망, 믿음이 없는 난세인가. 영화 ‘명량’에서도 이순신은 “충(忠)은 임금을 향하는 게 아니라 백성들을 향해야 한다”라고 사자후를 토한다. 이 무더위에 국민들은 관심도 별로 없는 권력다툼에 열중하고 있는 위정자들을 보며 우리는 언제 안평중 같은 인물을 만나 마음 편히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즐거움을 맛볼는지…. 안타깝게 그날을 기다려 본다.

 
박상재 (봉곡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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