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대통령 후보와 포퓰리즘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정치학)
[경일시론] 대통령 후보와 포퓰리즘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정치학)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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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에서 그 후보들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있고 그 면면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곧 대선시기가 가까워지면 후보자들은 여러 가지 공약과 정책을 많이 제기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수많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저해되고 때로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국론이 분열되고 지지자들간, 집단간, 지역간 극심한 사회혼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서유럽 등에서 포퓰리즘이 촉발될 때에는 대의제 정치에 대한 반동이나 당시 신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나 기존 주류사회 세력의 지배구조에 대한 불만 등이 종합적으로 연계돼 일어났다. 즉 포퓰리즘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경우를 보면 특히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측면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한 일환의 목적으로 포퓰리즘 공약과 정책들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있다. 즉 유권자들의 지지를 통한 표를 획득하기 위한 온갖 수단의 일환으로 제기하고 있어 때로는 포퓰리스트 정치꾼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곤 한다. 포퓰리즘은 무책임한 득표전략의 인기전술이며 민주주의를 가장한 대중영합주의에 불과하다.

1970년대 이후 서유럽에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 포퓰리즘 정당들은 동유럽이나 남미를 거쳐 아시아 국가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포퓰리스트 선동 정치인들의 감성 자극적 대중정치는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다수 국민들을 위한다는 포퓰리즘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배타적·국수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현실사회의 소수 엘리트지배 사회를 부정한다. 이러한 논리를 근거로 그 정책과 제도를 통해 대중을 위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다수 대중들을 이용하는 것이며 그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정치행위일 뿐이다.

포퓰리즘 정치는 핵심적인 정치철학이나 가치가 없고 거대 주류 정당들이 다수 대중의 서민계층의 이익보호에 소홀해진 틈을 타서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대체정당으로서 일시적으로 그 기능을 담당할 뿐이다. 포퓰리즘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 서구민주주의와 공존하기 어려운 데 있다. 그것은 이성적 토론을 핵심가치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제도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의 패배사례나 2010년 이후 인도의 각 지방선거에서 집권 국민회의당의 선거패배는 모두 포퓰리즘 공약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파이낸셜 타임즈는 미국의 대통령 역사는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이래 최근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이르기까지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의 역사의 연속이라고 개탄할 정도다. 물론 미국에서 보는 포퓰리즘의 개념과 정도는 현재 우리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문민정부 이래 계속되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과 갈등으로 국정혼란은 지속돼 민주주의의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따라서 견고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내재화가 절대 필요한 시기이다. 내년 대선 선거기간에도 각 대선 후보자들의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한다면 한국적 민주주의는 허울뿐인 껍데기만 남고 다수 국민을 위한 순수한 정책은 사라지고 국정혼란은 또다시 계속될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후보들이 대중 선동적 포퓰리즘 공약을 지양해 정책대립의 국가갈등 구조를 바로잡고 올바른 한국적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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