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진주
[여성칼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6.09.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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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지난 8월 25일 ‘진주대첩광장,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진주대첩광장은 진주성 앞의 형평운동기념탑의 이전문제와 함께 시민들의 논의 속으로 들어왔다.

이 토론회에서 다음 두 가지의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진주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진주시민의 참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주의 도시계획에 이뤄지는 데에 진주시민이 참여하고 의견이 반영된 경험이 있었는지, 과문한 탓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번 ‘진주대첩광장 조성사업’도 그 계획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됐다지만, 진주시민들 사이에서 무게를 가지고 논의되기 시작된 것은 형평운동기념탑 이전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올해에 들어와서였다.

과거의 도시계획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 왔고 거기에 시민들의 의견이 개입될 여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 진주의 정신과 역사를 보여줄 상징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에 진주시민의 의견이 개입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이날 이창희 진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시민들의 통합된 의견이 만들어지면 그를 받아들이겠다고 언명함으로써 이러한 개입의 가능성을 보장했다.

둘째는 시청과 시민들 간의 소통의 실마리를 보았다는 것이다. 진주의 역사를 품고 진주시민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의 집행부와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거기에 더해 시의원이나 시민들이 제기한 의견들을 수용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더욱 답답함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에서의 시장의 축사는 마음속에 걸려 있는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이러한 소통을 시작으로 다른 많은 문제들에서도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 진주시장은 수년간 진주의 도시계획 속에서 진주대첩광장은 ‘비움’이라는 컨셉을 잡고 조성계획을 세워 왔으나 토론회 등을 통해서 시민들이 적절하고 좋은 의견을 모아낸다면 그에 따라 광장을 조성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는 이야기로 들렸고, 그래서 참으로 반가웠다.

이처럼 ‘진주대첩광장’에 대해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 진주의 정신과 의미, 역사 그리고 미래까지 제대로 담아내는 광장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광장의 이름에서부터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내용을 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하고 풍성한 논의가 이뤄져서 시간이 흘러 우리의 자손들 세대에서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광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다만 한 가지, 이 논의 과정이 너무 급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광장이 한 번 조성되면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천천히 되도록 많은 의견을 수렴하면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로 후닥닥 해치운 4대강 사업이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녹조의 반격이 재앙의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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