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건국절 문제로 꼭 대립해야하나?
[경일포럼] 건국절 문제로 꼭 대립해야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16.09.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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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 건국절문제로 심각한 대립현상이 일어났다. 올해 광복절을 거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야가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한쪽은 1948년 8월 15일에 세워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하자고 하고 다른 한 쪽은 건국은 1919년 4월 13일(상해 임시정부 수립일)에 이미 이루어졌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건국절이냐는 주장이다. 양측의 대립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측의 얘기부터 보자.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해임시정부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일뿐 국가로서 존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국가로서 존재하려면 일정한 영토와 국민과 주권이 있고 국제적으로 국가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상해 임시정부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헌법을 제정하면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법통을 계승한다는 뜻이지 임시정부를 승계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서 건국절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정부수립과 건국은 엄연히 다른데 이를 혼동하지 말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이미 1919년 4월에 이루어졌는데 무슨 말이냐고 항의한다. 48년의 제헌헌법만 보아도 “~~우리들 대한 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으로 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대한민국’은 이미 “3·1운동으로 건립”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헌법을 공포한 관보 제1호에서도 <대한민국30년 9월1일>이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히 대한민국 역사의 원년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수립 당시 중앙청 앞에 걸린 현수막도 정부수립이라고 했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승만 박사도 민국정부의 탄생이라 했을 뿐 대한민국의 탄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이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국가의 3대요소로 주장하면서 3·1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를 무시하려하나 이는 국제법적 일반 이론만 알고 식민지국가의 특수한 존립가치를 외면하는 이론이라고 말한다. 영토도 주권도 빼앗긴 국민들에게 영토와 주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인데도 이를 국가 존립의 논거로 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언제 영토와 주권을 가지고 독립했느냐고 반문한다. 상해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세력은 북한측이 아니면 분명히 친일파들일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이처럼 건국절을 놓고 벌리는 논쟁은 끝도 없다.

양측간의 논쟁이나 대립을 잠재우고 더 이상 문제시하지 않을 대안이 필요할 것같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식의 논리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삼고 있을 뿐 별도의 건국절이라는 것이 없다. 7월 4일은 우리의 3·1절처럼 미국이 독립한 날이 아니라 독립을 선포한 날일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하기까지에는 그로부터 무려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1789년 4월에 가서야 비로소 워싱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미합중국을 출범시켰던 것이다.

이런 미국의 탄생과정을 보면서 우리도 1919년 3월 1일을 우리의 독립기념일로 삼고 8.15는 광복절로 기념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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