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신작 소설 ‘틈새 보이스’
황선미 신작 소설 ‘틈새 보이스’
  • 연합뉴스
  • 승인 2016.09.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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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들 청소년기 조명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황선미(53)가 신작으로 청소년소설 ‘틈새 보이스’(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주로 동화를 써온 작가가 유년기의 자전적 체험을 담은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2010), 청소년의 집단 성폭행 문제를 다룬 ‘사라진 조각’(2011)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청소년소설이다.

 이번 소설은 성장 과정에서 큰 정신적 상처를 입고 방황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 주인공 ‘무’는 삶을 이토록 힘겨워한다. 겉으로 보면 공부는 안 하고 말썽만 일으킨다고 어른들이 혀를 차며 손가락질하기에 십상이지만, 이 아이의 내면에는 어른들의 무책임이 만든 엄청난 상처가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무의 엄마는 열여덟 살에 미혼모로 무를 낳고 두 번이나 아이를 버렸다. 무는 보육시설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지내다 친척 집에 맡겨지기도 했다. 엄마가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날, 무는 엄마와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는 기대에 부풀었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떠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분노한다. 그날 어떤 사고로 무의 옆에 있던 친구가 죽고, 무는 자기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길거리를 전전하며 살던 무에게 엄마가 다시 찾아오면서 무는 엄마와 함께 살게 되고 이제는 말썽 없이 제대로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어느 날 텔레비전의 건강 프로그램에 나온 한 의사를 보고 엄마가 발작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이 남자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직감한다. 너무나 뻔뻔하게 잘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무는 다시 심한 혼돈에 빠진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인 무 외에도 그가 한 분식집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윤’, ‘도진’, ‘기하’ 등 또래 친구들이 등장한다. 이 분식집은 큰 건물들 틈에 있어 ‘틈새’로 불린다. 이들은 틈새 분식집에서 탁자 한 자리를 함께 쓰면서 가까워지지만, 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각자 지닌 상처가 드러나면서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윤은 입을 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부터 튀어나오는 ‘틱’ 장애를 지녔고, 도진은 미국 유학을 갔다가 실패하고 돌아와 자괴감에 빠져 있다. 기하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다.

 여기에 무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여자 친구 ‘해리’가 나타나는데, 해리는 어렸을 때 친척 할아버지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는 소설 제목 ‘틈새 보이스’의 보이스는 소년들(Boys)이라는 의미와 목소리(Voice)라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십대가 안쓰럽고 참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고, 때로는 다 컸다며 책임을 지우고 때로는 쉽게 무시하죠. 학교라는 테두리 안의 십대는 보호장치가 된듯 보이기도 하나 그나마도 없는 십대들은 기댈 데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어느 작가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국내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해외 29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대형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2014년 런던도서전에서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엄마를 부탁해’로 영미권에서 성공을 거둔 신경숙, ‘채식주의자’로 올해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한강과 함께 해외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 작가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영미권은 물론, 북유럽과 남미 등 여러 국가에 초청돼 현지 독자를 만났다.

 작가는 이런 세계적인 호응에 대해 “작가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하기도 하지만 이런 인생이 나에게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황선미 작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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