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딸을 회고하는 ‘엄마’ 목소리
먼저 떠난 딸을 회고하는 ‘엄마’ 목소리
  • 연합뉴스
  • 승인 2016.09.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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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민아 목사 다룬 신간 ‘민아이야기’
“민아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다가 간 희귀종 인간이다. 어떤 손해가 따라와도 눈도 깜빡이지 않으면서, 그 애는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면서 그 길 위에서 살았다.”

 강인숙(83) 영인문학관장이 4년 전 초봄에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1959∼2012) 목사를 그리며 쓴 글을 모은 책 ‘민아 이야기’를 펴냈다.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강 관장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 ‘희귀종 인간’이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멘토였던 이 목사와 얽힌 추억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풀어냈다.

 강 관장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사이에서 태어난 이 목사는 어렸을 때부터 유별났다. 강 관장은 “민아는 남이 잘하는 것은 잘 못하고, 남이 잘 못하는 것을 잘하는 이상한 아이였다”고 말한다.

 부모의 권유로 이 전 장관이 교수로 있던 이화여대에 진학한 이 목사는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법학을 공부했고 대형 법률회사에 변호사로 취직했다. 이어 외국인으로서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검사가 됐다.

 하지만 이 목사는 살림살이에는 전혀 재능이 없었고, 심각한 길치였다. 부모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해 자신이 임의로 정해놓은 시기에 축하 엽서를 보냈다.

 강 관장은 이 목사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잦았다고 고백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달 만에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와 결혼하고, 재혼 후 갑상샘암을 앓으면서도 아이를 세 명이나 낳은 것은 일반인이라면 하지 않을 결정이었다. 또 그녀는 개신교를 믿게 된 뒤 미련 없이 신학자의 길에 들어서 목사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6월 위에서 시작된 암이 자궁까지 전이됐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뒤에도 이 목사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거절했고, 강 관장과 함께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났다.

 결국 이 목사는 암 판정을 받고 나서 9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저자는 이 목사의 작은 발에서 온기가 빠져나가던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발을 쥐고 있는 일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웠던 심정을 털어놓는다.

 책에는 강 관장이 바라본 이 목사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목사가 낳은 네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특히 이 목사보다 먼저 눈을 감은 그의 큰아들 ‘훈우’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노아의방주. 280쪽. 1만5천원.

연합뉴스



 
신작 ‘민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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