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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53>홍성 오서산신성한 까마귀 기운 서린 산마루엔 은빛 향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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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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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암사 오르는 길


분재처럼 꼬부라져 키가 작은 솔숲그늘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솜사탕구름이 떠가는 푸른 하늘이 열린다. 그 하늘 밑 오서산 능선에 은빛 억새가 건듯바람에 출렁인다.

억새언덕 사이로 난 오솔길은 연인들의 내밀함을 포용하는 옛 청춘소설의 황홀한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그 형상을 밤하늘 은하수에 비유했는데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은하수’처럼 생기긴 했다. 억새는 작은 별이요. 무리 진 억새는 큰 별, 그 언덕은 작은 우주다.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 소재한 서해안 최고의 억새 명산이다. 사계절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은빛 억새와 함께 하는 가을 산행이 백미다.

이 산은 ‘백제의 혼불’로도 정의할 수 있다. 660년 백제 멸망 후 부흥운동의 주역인 복신이 은거했던(혹은 죽임터)쉰질바위 복신굴이 산 중턱에 남아 있다.

백제의 기운이 쇠락하자 배신이 날고 역신이 춤을 춘다. 공산성 성주였던 예식진은 마지막 군주 의자왕을 배신한 믿지 못할 역신, 반면 왕족 복신을 비롯해 지수신은 마지막까지 당에 대항한 충신이다.

661년, 복신은 백제부흥운동의 기치를 들고 승려 도침, 부흥군과 함께 주류성을 장악한 뒤 김유신이 이끄는 나당연합군에 대항하거나 협공에 나선다. 이들은 잃어버린 성 200여개를 회복하는 전과를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왜에서 복귀한 부여 풍(무왕 또는 의자왕의 아들)과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내분이 일어나 권력투쟁 끝에 최후를 맞는다.

이는 백제가 종말을 고하는 첩경이었다. 풍은 고구려로 줄행랑 쳤고 기대를 걸었던 흑치상지도 당의 회유에 넘어갔다. 흑치상지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지키던 임존성을 공격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저지른다. 한때 복신이 백제부흥을 위해 권토중래를 꿈꾸며 은거한 곳이 이산 중턱에 있는 복신굴이다.

 
   
▲ 반송 군락지는 산행객의 휴식처로 안성마춤이다.


▲등산로: 상담마을 주차장→숲터널→정암사→정암사 일주문 앞 화장실→1600계단 시작점→전망대(광천읍 들판지역이 내려다보임)→바위지대→오서정→정상→헬기장→갈림길(동쪽 내원사 방면)→임도 문화숲길 쉰질바위(복신굴) 문화숲길→중담→상담주차장 회귀.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오전 10시 30분, 대형버스와 승용차 주차가 가능한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상담주차장을 나와 오른쪽 교량을 건너면 상담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올라가면 정암사 가는 계곡길이다.

곧 왼쪽 3.1km지점 쉰질바위로 가는 길과 오른쪽 정암사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임도를 따라 정암사방향으로 간다.

오전 11시, 왕성한 세력의 느티나무를 호위무사처럼 거느린 정암사가 나타난다. 벼랑 위에 높은 담장이 있고 그 너머 안면이 있는 탑 상륜부가 빼꼼히 보인다. 궁금증에 서둘러 오른다.

일주문 진입로를 비질하고 있는 스님을 조심스럽게 피해 들어가면 극락전이 나오고 담장 쪽에 화강암 탑이 보인다. 경주 불국사 다보탑을 본뜬 것인데 한번 돌아보게 할 정도로 조악하지 않았다.

이 절은 고려 때 대운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또 백제 무왕 때 무렴국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다. 정암사를 되돌아 나오면 화장실 앞에서 계단으로 된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8부 능선까지 1600개의 계단인데 숫자에 막연히 숨이 막힌다. 계단이 싫은데다 숫자까지 기록해 놓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런 마음을 배려해 자자체가 세운 안내판엔 불편하면 중간에 열려 있는 옛길을 이용해도 좋다는 글귀다.

 
   
▲ 소나무와 억새가 어우러진 길


계단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양쪽 난간이 있어 이를 잡고 오르면 한결 힘이 덜 들고 편안한 장점은 있다.

낮 12시 12분, 오서산 전망대.(구 오서정)즉 오서산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 아차산으로 가는 갈림길에 당도한다. 이 아차산은 온달장군 명성과 백제 아차산성 풍납토성이 있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과는 다른 산이다.

바위벽을 어렵사리 올라타고 또 돌아도 경사는 더 급하게 이어진다. 뿌리에서부터 부채꼴 모양으로 가지가 갈라진 반송군락지를 지나면 안부에 도달하는데 갑자기 식물군락지로 바뀐다. 과거에 습지이거나 늪이었던 곳으로 여겨진다.

이 안부를 지나면 암릉이 더욱 도드라진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소나무와 관목류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 오서산 정상에 나부끼는 억새


12시 51분, 이 산의 상징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우리고장 밀양의 사자평고원과 창녕의 화왕산 영남알프스 신불산 간월산과 함께 억새 명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남부지방의 억새와는 달리 키가 작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센바람에 많이 흔들려도 꼬꾸라지거나 쓰러지는 것이 덜하다. 아주 오래 전 활엽목 지대였으나 화재나 전쟁 통에 나무가 사라지고 억새가 자리바꿈한 것이다.

오후 1시, 정상에는 오솔길이 대부분이지만 억새보호를 위해서 다른 지역에 진입할 수 없도록 데크를 깔아 놓았다. 정상석 뒤편에 광천특우JC에서 서해안 최고봉이며 예부터 천수만의 뱃길을 알려주는 등대산 역할을 했다고 새겼다.

 
   
▲ 오서산 정상에 나부끼는 억새 메인


이 산은 백제 때 오산으로 통일신라 때 오서악이라 불렸다. 오서산의 이름이 들어 있는 오(烏)는 예부터 단순한 새의 의미를 넘어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까마귀를 뜻했다. 태양과 인간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 새, 다리가 셋 달린 삼족오다. 그래서 주민들은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린 산으로 생각해 큰 제사를 지냈다. 백제부흥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했다고.

억새를 보는 것도 양옆에 서해바다와 내륙의 평야를 번갈아 가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비롭고 장쾌하고 상쾌하다.

헬기장을 지나 주능선에서 내려선다.

점심과 휴식 후 20여분 정도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르면 내포문화숲길과 연결된다.

오후 2시 30분, 문화숲길 아래 데크 계단을 따라 2분정도 내려가면 쉰질바위다. 10m 높이의 거대한 암반이 동북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쉰질은 충청도 사투리로 어른 키의 50배 정도라는 말로 바위가 그만큼 크고 높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아래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암굴이 복신굴이다. 가장자리 깊은 곳에 기원을 할 수 있는 금빛 부처상이 세워져 있다. 1500년 전 복신은 이곳에서 백제부흥을 위한 권토중래의 의지를 다졌으리라. 지금의 사람들은 나라위해 목숨을 건 그를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다.

취재팀은 문화숲길로 다시 올라온 뒤 정암사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정암사 억새풀 마을펜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었다.

이번 주말 24일에는 제13회 오서산 억새풀 등산대회가 홍성군 광천읍 오서산 상담주차장에서 개최된다.

등산대회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되며 참가한 산행객에겐 돼지고기 무료시식회, 결성농요 공연의 부대행사와 등산대회 시상 및 등번호 추첨을 통한 경품 증정도 진행된다.

오서산 억새는 이달 말부터 피기 시작해 중순을 넘어서며 최고 절정을 이루고 11월 초까지 계속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60909충남홍성오서산 (13)
정암사 공덕비 다보탑을 본뜬 것이다.
 
   
▲ 쉰질바위 아래 복신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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