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기부교육
[교단에서] 기부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6.09.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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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최근 원로 정치사회학자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특혜와 책임’이란 책을 출간했다. ‘한국 상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선 우리시대의 ‘역사적 동력’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규정하고 지금의 한국사회는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고 지적한다. 특혜만을 챙기고 특권만을 누리면서 책임(목숨 바치는 희생, 기득권 포기, 배려와 양보의 헌신)은 지지 않는 천박한 한국 상층을 질타하는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러나 상층에 속하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은 ‘배려와 양보의 헌신’은 실천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부일 것이다. 기부는 일반적으로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재물을 무상으로 내줌’을 말하지만 근자엔 재능기부나 몸으로 봉사하는 행동기부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쉬운 기부는 물질기부일 것이다. 물질기부하면 빌 게이츠가 단연 으뜸인데, 지금까지 대략 320억 달러(34조원)를 기부했다. 우리 민족도 기부 유전자가 만만하지 않다. 경주 최부자 집안의 육훈(六訓)이나 구례 운조루에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 정신이나 유한양행의 사회환원이 그 증거들이다.

이 기부는 다분히 습관성이 강하다. 어릴 적부터 기부를 실천하게 하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에 이젠 학교에서도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때다. 또한 이 기부는 남을 도와준다고 하지만 궁극적 의미는 긍정적인 이기주의로 결국 자기만족과 연결된다. 그래서 노자도 ‘도덕경’에서 ‘성인은 쌓아두는 법이 없다. 남을 위했는데 자기가 더 갖게 되고, 남에게 주었건만 자기는 더 많아진다’고 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여의사 강모연이 피스메이커 소속 구호의사 다니엘에게 자동차 수리비를 건네자, 다니엘은 그 돈을 돌려주면서 월 만원을 납부하는 국경없는 의사회 후원계좌를 알려준다. 그렇다.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지만 여러 사람이 기부의 힘을 조금씩 보태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 조동화는 ‘나하나 꽃피어/풀밭이 달라지겠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내가 내는 푼돈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기부하자.
 
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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