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지기 친구 4명, SNS 장악한 불초밥 화제
“아, 아저씨 안돼요. 어제도 앞에서 끊겼는데 애랑 같이 기다렸어요 어떻게 안될까요.” “재료가 얼마 안 남아서…이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주부 김씨가 진주시 하대동 도로가의 푸드트럭에서 사장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순번이 끊긴 김씨는 세살 난 딸아이와 사흘째 찾았지만 허탕만 치게 생겼다. 이를 안타깝게 본 사장은 얼마 남지 않은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테이크 두 박스를 건네자 김씨 모녀는 행복감에 자리를 떠났다.
최근 달리는 레스토랑 ‘푸드트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푸드트럭은 임대료나 인건비를 아껴 착한 가격에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경남에서도 소문난 푸드트럭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진주에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청춘트럭 ‘로드카우’가 그중 하나다. 스테이크와 불초밥을 주메뉴로 파는 이들은 창업한지 이제 갓 두달 넘은 신생 푸드트럭이다. 15년 지기 친구인 강동현(29·1호차), 나원식(29·1호차), 신용인(30·2호차), 신정민(29·2호차)씨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이들 4명 모두 로드카우의 공동대표다.
로드카우의 하루일과는 정신없이 바쁘다. 아침 이른 시간, 당일 쓸 재료 구입을 위해 장을 본다. 사무실로 돌아와 150인분의 초밥과 200인분의 스테이크를 준비한다. 강대표는 스테이크용 고기 손질을, 나대표는 채소를, 큰 신대표는 초밥에 쓸 고기를, 작은 신대표는 밥을 지어 뭉치는 일로 역할분담을 한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영업개시 두 세 시간 전에 SNS를 통해 장소를 공지한다. 트럭이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늘어선다. 민원이라도 들어오는 날엔 손님을 줄줄이 달고 장소를 옮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영업시간은 완판될 때까지. 운 좋은날은 1시간 만에 판매종료가 된다. 영업이 끝나면 SNS 모니터링, 장소 선정, 집기 정리 등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됐지만 지친 기색 하나 없다.
그날 이후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라며 친구들을 설득해 사업에 돌입했다. 고향인 진주에서도 청년들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사업구상은 1년, 준비기간은 7~8개월이 걸렸다. 초기 비용은 강대표와 나대표가 각각 1500만 원 씩 투자했다. 트럭 개조부터 인테리어, 메뉴 구상까지 모두 손수했다. 전국의 푸드트럭과 야시장을 돌며 시장조사도 꼼꼼히 했다. 그렇게 매일을 열정으로 불태우며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열정이 꺼지는 날도 있었다.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는 날이다. 이해는 하지만 속상한 마음이 더 크다. “모든 분들이 저희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그리고 그분들의 입장도 이해하죠” 하루빨리 지역에도 푸드트럭 관련 법안이 통과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장사를 하고 싶다고. 이들의 최종 목표는 체인을 늘려 작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들은 “저희도 그랬지만 꿈만 꾸고 허송세월로 낭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열정은 있지만 용기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얼마든지 도전해볼 수 있단 걸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지역 청년 일자리에도 한몫을 하고 싶다는 로드카우 네 청춘. 누군가에겐 청춘의 향수를 또 누군가에겐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는 이들은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오늘도 길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글=박현영미디어기자·사진=임효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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