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역학조사는 콜레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객원칼럼] 역학조사는 콜레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 최원준
  • 승인 2016.09.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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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 국민들이 콜레라로 인해서 불안에 떨었다. 더 큰 문제는 질병관리 본부의 역학조사에 많은 문제점을 보이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역민들은 얼마나 상심이 크고 생활에 타격을 입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한시라도 정확한 원인규명을 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콜레라는 이미 잘 알려진 질환이다. 원래 콜레라는 인도 갠지스 강 주변의 풍토병이었는데 1817년부터 세계로 퍼져나갔고 역사상 일곱 번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콜레라가 처음으로 발병한 시기는 1821년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다. 당시 괴질이나 호열랄(虎列刺, 일본어로 읽으면 콜레라)이라고도 하였다. 즉 호랑이가 살점을 뜯어 가는듯한 고통을 주는 질병이었고 하였다.

콜레라는 Vibrio cholerae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수인성 전염병이다. 콜레라에 감염된 사람의 배설물에는 콜레라균이 들어있는데 소장에 들어온 콜레라균들이 증식하여 ‘콜레라 독소’를 생성한다.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은 살뜨물 같은 설사를 하고 토하게 된다. 수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수분 손실과 그에 따른 쇼크, 염기 손실, 산증 등에 의해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치료는 수분과 전해질, 염기 등을 적절히 공급해주는 것이 일차적 치료이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좀 더 빨리 회복될 수 있으며 대개의 경우, 수일 안에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라는 역학을 비롯한 보건학, 예방의학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질병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 존 스노우라는 의사는 생활하수로 오염된 템즈강물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수도 회사의 물을 먹는 사람들이, 비교적 깨끗한 템즈강 물을 먹는 사람들에 비해서 콜레라에 훨씬 많이 걸리고 훨씬 많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만 가구 당 사망자 수를 통계 내어 보니, 약 8배가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놀라운 점은 그 당시는 세균의 존재도 모를 때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염된 물을 통해서 콜레라가 전염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전염원을 차단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인류의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들이 되었지만, 물을 끓여 마시고, 오래된 음식 먹지 말고, 배설물을 식수원에 오염되지 않도록 잘 분리해서 버리고, 옷을 잘 세탁해서 입는 등의 전염 예방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의학지식이 되었다.

이제까지는 콜레라는 우리나라에서는 ‘무늬만’ 제1군 법정 전염병‘인 관심 밖의 병이었다. 최근에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동남아 등의 외국에서 여행하다가 콜레라에 걸린 상태로 귀국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아직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라고 하니 더욱 답답할 지경이다. 하루 빨리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서 생활고로 고통 받는 거제 주민들의 걱정을 없애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물, 음식물 끓여서 섭취하고 손 씻기 철저”등의 개인위생을 생활화하여 후진국 병이라고도 하는 콜레라의 공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최원준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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