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어울림축제 한마당
최숙향 (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단에서] 어울림축제 한마당
최숙향 (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 최숙향
  • 승인 2016.10.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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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열리기로 했던 운동회를 날씨 때문에 부득이 연기해 놓고 다시 예측이 어려운 연휴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휴 다음 날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벽지분교의 운동회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민들이 어우러져 즐기는 한마당 잔치이기 때문에, 혹여 태풍의 영향을 받아 밤새 운동장이 젖을 정도의 비가 오는 건 아닐까 신경이 쓰인다.

운동회는 아이들에게는 각종 경기를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 그리고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학부모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일깨워주는 학교의 큰 행사이다. 특히 소규모 시골학교의 운동회는 마을의 어르신들도 평소 갈고 닦으신 노인댄스 공연 등을 뽐내기도 하는 자리라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남녀노소 한데 어울려 한바탕 웃고 즐기는 잔치의 일환으로 운동회를 앞두곤 음식준비 등 여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로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운동회가 최근에는 규모가 축소되면서 간단한 학년별 체육대회로 대신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선선한 가을날씨가 되면 각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운동회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봄 또는 여름에 열리기도 하며, 도심의 학교에서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로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내일이면 필자가 속한 골짜기 벽지분교의 운동장에서는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아이들의 우렁찬 함성이 울려퍼질 것이다.

저학년 지구공굴리기, 점심시간을 알리는 박 터트리기, 손님을 찾아서 손잡고 뛰는 손님찾기, 그리고 우리의 민속놀이인 줄당기기, 마지막 순서로 아이들이 응원이 최고조에 달하는 이어달리기 등이 시대가 바뀌어도 빠뜨리기 아쉬운 운동회의 단골메뉴이다.

운동회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여러 가지 운동경기를 하는 모임’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운동회는 1896년 영국인 교사의 지도 아래 개최되었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고,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삶의 자세도 필요하지만 운동회가 사라져가는 건 어쩐지 아쉽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들고 운동회 자체를 연다는 것도 여러 무리수가 따르는 시대라 운동회를 간단한 소체육회나 예능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소 번거롭더라도 소규모 학교에선 이웃의 학교끼리 묶어서라도 우리 아이들의 흥겨운 올림픽이라고 볼 수 있는 운동회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최숙향 (시인· 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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