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고 또 이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약속은 개인적인 것과 공적이 있는데 개인적인 약속은 그 영향이 개인에게 머물지만, 약속이 공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사회가 물 흐르듯이 가기 위해서는 약속은 중요하다. 교통신호를 생각해 보자. 녹색불에서는 건너고 빨간불에서는 멈춘다는 것은 하나의 공적인 약속이다. 이 약속을 우리는 교육을 통해, 경험을 통해 알고 또 이를 실천하고 있기에 교통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된다. 만약 이 공적인 약속을 어기는 순간 사회는 혼란스럽게 된다.
문장부호 또한 우리가 정한 약속이다. 물음표(?), 작은따옴표(‘ ’), 느낌표(!), 큰따옴표(“ ”), 온점(.)은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의미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이 의미를 배움과 관련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물음표(?)의 세계이다. 공부의 시작은 제일 먼저 왜 그럴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왜’라는 이 물음은 학습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 단계를 작동시킨다. 생각해 보는 과정이다. 이른바 작은따옴표(‘ ’)의 세계이다. ‘왜’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는 나름대로 최선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방법을 찾으면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다음은 느낌표(!)의 세계이다. 느낀다는 것은 이른바 무릎을 탁 치는 ‘아하의 세계’이다. ‘아하’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았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소리이다. 배움(學)은 바로 ‘아하’를 느끼는 세계이다. 느낌의 세계 다음에 오는 것은 바로 실천의 세계이다. 즉 큰따옴표(“ ”)의 세계이다. 큰따옴표는 말이나 대화체에 사용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말과 함께 실천이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결과 및 평가의 단계로 이른바 온점(.)의 세계이다. 옛날 옛날에 누군가가 살았는데 중반에는 모진 고생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것을 뛰어넘어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는 동화책 속에서의 온점은 하나의 마침을 표시한다. 이 마침에는 그냥 기술하는 것도 있지만 행복하게 또는 비참하게 등등과 같은 평가의 의미도 들어 있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해피엔딩이고 아닌지 그것은 우리가 마지막 가지고 가는 온점(.)의 세계이다.
신상국 (김해 구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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