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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우공이산의 정신과 노벨상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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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9  20: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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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태행과 왕옥 두 산맥은 오래 전엔 북산을 사이에 두고 지금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고 한다. 북산에 살던 노인 우공(愚公)은 높은 산에 가로막혀 왕래하기에 크게 불편하자 두 산을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700리 둘레의 큰 산맥 흙을 퍼담아서 한번 왕복하는 데 1년이나 걸리는 발해만까지 운반하기 시작한다. 이를 본 친구 지수(智搜)가 그만두라고 하자 우공은 대답한다. “나는 늙었지만 내 자식과 손자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산은 더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산신령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가 두 산을 멀리 옮겨주어 노인의 뜻은 성취되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소식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1901년 12월부터 시상하기 시작하여 올해 116회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과학 분야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1949년 유카와 히데키 교토대학교 교수가 첫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5명(미국 국적 취득자 포함)이 영예의 주인공이 되었다.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받았다. 이로써 일본은 최근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25명 가운데 22명이 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이에 대하여 국내 전문가, 학자, 언론,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모든 국민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는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과학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업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 지식의 외연 확대, 발견 경위의 단순함, 사업화의 발판 역할, 실용화를 전제로 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1~2년 단기간 연구에 의하여 절대 이룰 수 없다. 10~20년도 모자란다. 일본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망과 비전을 가지고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스미 교수도 50년간 한 우물을 팠다고 한다. 국가 차원의 기한 없는 지원과 기다림, 학자 자신의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R&D) 19조 원 가운데 6% 정도만 기초과학 연구과제에 배정된다고 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연구비를 지원해 놓고 몇 년 안에 큰 성과를 내지 않으면 그것마저 끊는다. 해마다 연구성과를 재평가하여 중도 탈락시키기도 한다. 국내 연구지원 실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를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빗댄다.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할 수 없다.

우공이 태행과 왕옥 두 산맥을 옮기면서 친구 지수에게 한 말은, 노벨상을 기다리는 우리가 꼭 들어야 할 말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나 기업체에서는 조급증을 버리고 느긋하게 믿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수백만 번의 실험을 되풀이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비록 우공처럼 해피엔딩에 이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믿음을 거두면 안 된다. 우공이산과 같은 ‘믿음’과 ‘기다림’, ‘끈기’야말로 우리나라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이상경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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