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칠순에 몰라도 되는 세상 알게 돼"
윤여정 "칠순에 몰라도 되는 세상 알게 돼"
  • 연합뉴스
  • 승인 2016.09.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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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박카스 할머니' 역
▲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윤여정. /사진제공=CGV 아트하우스


  연기 경력이 어언 50년, 후배들에게 ‘선배’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배우 윤여정이지만 신작 ‘죽여주는 여자’의 주연 역은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가 맡은 배역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에서 종로 일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 속칭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해야 했다.

 윤여정은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이 칠순에 몰라도 되는 세상을 알게 됐다”고 단적으로 고충을 표현했다.

 “저는 연기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이걸로 먹고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다들 소중한 딸로 태어났는데 거기까지 내몰린 것이잖아요. 제가 다 살아서 모르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세상이 또 있구나,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가도 이를 회피하고 싶어 짜증이 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어요.”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소문 난 성매매 여성 소영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는 것이 힘들어 죽고 싶어하는 손님들을 진짜로 죽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윤여정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봤을 때 성매매 장면이 구체적으로 안 들어갈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영화는 소영의 성매매 장면을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이로 인해 난생처음 연기 후유증이라는 것을 겪었다는 그는 “이재용 감독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우울증에서 빠져나왔다”며 웃었다.

 영화는 노인 성매매를 다루지만 초점은 노인의 죽음에 맞춘다. 다양한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을 보여준다.

 나이 들어감과 죽음이라는 주제는 배우 윤여정이 아닌 인간 윤여정에게도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실제 그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관한 책도 보고 주변 친구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고 한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 죽는 법도 찾아봤다고 한다.

 평소 그런 고민을 한 그가 소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해서인지 ‘조력자살’이라는 논란의 소재가 자연스럽게 진지한 고민거리로 다가온 듯하다.

 그는 “죽음이라는 것이 터부시되지 않나. 즐겁게 죽을 수는 없겠지만 죽음도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인 만큼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그에 관해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공채 탤런트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영화로는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로 데뷔했다. 이후 몇 편의 영화를 더 찍었으나 그의 주 무대는 텔레비전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으로 다시 영화계로 돌아와 이후부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김기영 감독에 대한 ‘속죄의식’ 때문에 영화를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이랑 영화를 할 때 어려서 인지 온갖 행패를 부리고 너무 짜증을 냈다”며 “어쩌다가 임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세상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됐고 그때 김기영 감독이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김기영 감독은 저한테 알렉 기네스 같은 배우가 되라고 했는데 다음 세상에 만나면 나중에 철들어 그런 배우가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50년의 연기 인생에 굴곡이 없을 수는 없다. 그는 이혼이라는 아픔도 겪기도 했다.

 윤여정은 “결혼생활 실패로 연기에 다시 복귀했을 때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서인지 저한테 조그만 단역을 주더라”며 “제 과거가 얼마나 화려하다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에 어떤 역할이든 주는 대로 다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계형’ 배우로 살다가 나이가 60살이 되고서 ‘사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 내가 하고 싶은 작가와 작업을 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사치다.

 그는 “아이 키우면서 60살까지는 죽어라고 일했기 때문에 저한테 보상하고 싶었다”며 “내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감독, 작가와 일할 수 있는 사치를 지금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50년 연기 인생을 어떻게 돌아볼까.

 “50년간 수를 놓았으면 얼마나 잘 놓겠어요. 그러나 연기는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에요. 신인이 무섭게 잘할 때가 제일 무섭죠. 그 생생한 감정이. 우리 일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굉장히 많이 오염돼 있죠. 타성에 젖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다른 역할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그러면서 CGV아트하우스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자신의 특별전에 언급, “제가 젊었을 때 어떻게 했나, 좀 나아졌나 구경하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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