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백의 귀향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조선동백의 귀향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 오세현
  • 승인 2016.10.13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세현

일본 교토의 유명한 절이나 신사에는 수령 수백 년의 조선동백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대개 임진왜란 당시 약탈해간 전리품의 하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중에 카토 키요마사가 울산에서 가져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다는 울산동백과 차바나(茶花)로 애용되는 와비스케(侘助)라는 이름의 조선동백이 유명하다. 수년 전 이 동백들의 흔적을 찾는 조사팀과 함께한 적이 있다. 1992년에 울산동백의 후손 나무가 400여년 만에 울산으로 귀향한 것이 조사의 계기였다.

울산동백은 일본에서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 혹은 줄여서 산춘(散椿)이라 불린다. 이 동백은 이름 그대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오색’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 나무에 흰색과 붉은색 꽃은 물론 두 색이 미묘하게 섞인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함께 핀다. 둘째, ‘팔중’은 흔히들 ‘접동백’이라고 불리는 겹꽃을 의미한다. 그래서 꽃송이가 매우 큼직하고 풍성하다. 셋째, 꽃잎이 흩어지며 지는 ‘산춘’인데, 이것이 울산동백의 가장 큰 특징이다. 춘수락(椿首落)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백은 꽃이 질 때 꽃송이 전체가 뚝 떨어진다. 그래서 싫어했다는 설도 있으나 울산동백은 벚꽃처럼 꽃잎이 하나씩 흩어지면서 지기 때문에 별 저항감 없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교토에는 이 울산동백의 명소가 두 군데나 있다. 먼저, 지장원(地藏院)이라는 절이다. 히데요시가 그와 인연이 깊었던 이 절에 조선에서 가져온 귀한 동백을 보냈단다. 그래서 이절은 통칭 동백절(椿寺)로 더 유명하다. 수령 400년이 넘은 원목은 말라죽고 지금은 100년이 넘은 제2대 목이 본당 앞을 지키고 있다.

또 한 곳은 특이하게도 교토분지 북쪽 끝에 위치한 히라기노의 민가이다. 아쉽게도 400년이 넘은 울산동백의 원줄기(主幹)가 땅속에 묻혀 있어서 그 크기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아름드리 자란 네 가지의 높이가 10여m에 달하고 가지넓이가 100㎡를 뒤덮을 정도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흰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동백을 고고함과 청아함의 표상으로 여겨 사랑하였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일본에 강탈당한 유·무형의 자산이 어디 동백뿐이겠는가? 4세기를 넘긴 긴 세월동안 이국에서 꿋꿋이 견뎌온 아름드리 조선동백에서 오히려 힘과 용기를 얻었던 추억이 새롭다. 자, 이젠 우리 진주 연지사종의 귀향에도 박차를 가하자.

 

오세현(경남과학고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