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馬는 어디에
박상재(진주 봉곡초등학교장)
千里馬는 어디에
박상재(진주 봉곡초등학교장)
  • 박상재
  • 승인 2016.10.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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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백락’은 주나라 시대에 명마(名馬)를 한눈에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눈길만 한 번 주어도 말의 값어치가 올라가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가 탄생할 정도다. 이를 두고 당나라 ‘한유’는 ‘천리마 상유 백락 불상유’라는 말을 남긴다. 여기서 천리마는 ‘인재’를 일컬음이다. 즉 ‘인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이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가장 많은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한신도 처음에는 항우를 찾아갔으나 시정잡배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과하지욕(跨下之辱)’의 당사자인 한신을 깔보고 내친다. 다시 한신은 항우의 라이벌인 유방을 찾아갔으나 역시 중용되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소하는 국사를 물리치고 한걸음에 한신의 뒤를 쫓아 유방에게 천거한다. 한신이 과하지욕을 당한 건 시정잡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한신의 칼은 천하를 평정할 때 뽑는 칼이지 시정잡배에게 쓰는 칼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소하는 이를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천거해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데 일조한다.

포숙 역시 젊은 시절 형편이 어려운 관중을 항상 두둔하며 주위의 온갖 잡음을 막아준다. 세월이 흐른 후 관중은 공자 규를, 포숙은 공자 소백을 섬기는데 성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로 맹약하는데 제양공이 동생 문강과 사통한 후 살해되자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서 관중은 포숙이 섬기는 공자 소백에게 화살을 날리나 이를 미리 눈치 챈 포숙은 소백이 죽은 것처럼 위장, 관중을 안심시킨 후 재빨리 도성으로 들어가 왕위를 꿰찬다.

이 사람이 바로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인 제환공이다. 환공은 즉위 후 자기에게 화살을 쏜 관중을 죽이려고 했으나 포숙은 ‘한 나라의 제후로 만족하려면 자기 혼자만 있어도 되나 천하를 제패하려면 반드시 관중이 필요함’을 역설해 재상의 자리까지 친구에게 양보한다. 관중은 ‘관자’라는 책을 편찬하고 제나라의 국력을 배양하고 제도를 정비, 중원의 패자가 되는데 절대적 기여를 한다. 숨을 거둘 때도 ‘나를 낳아준 것은 부모였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를 알아주는 인재였다.

작금의 혼란한 이 시대에 진정 ‘천리마’와 ‘백락’은 어디에 있는가.
 
박상재(진주 봉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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