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다름’ 인정과 갈등 해소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다름’ 인정과 갈등 해소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 문형준
  • 승인 2016.10.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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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당의 육수는 여러 가지 싱싱한 해물을 넣고 장시간 우려내기에 다른 집 육수와는 완전히 틀립니다.” 한 TV 맛집 탐방프로에서 식당주인이 자기집 육수 자랑을 잘못 표현했다. 여기서 ‘틀리다’는 ‘다르다’로 표현해야 맞는 표현이다. 즉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한 ‘차이’를 의미하는 형용사이나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는 ‘시비(是非)’의 의미를 지닌 동사이다. 이 ‘다름’과 ‘틀림’은 우리 국어의 대표적인 오용으로 의미 해석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는데, 문제는 이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해 실제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데 있다. 즉 자신과 다른 의견을 틀린 의견으로 판단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고 판단하면서 많은 갈등을 야기한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된 요구나 욕구가 충돌할 때 드러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그러했겠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도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졸한 여야의 정치적 갈등을 위시해 크게는 세대·계층·이념의 갈등과 작게는 부부 사이의 갈등도 ‘차이(다름)’를 조율하거나 인정하지 못함에서 출발한다.

우리 주위의 대표적 갈등은 부부의 갈등이다. 부부는 성별과 연령이 다르며, 성장 배경과 성향이 달라 이심이체(二心二體)임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괴이한 명제에서 출발한 부부 갈등의 대부분이 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란 소설로 잘 알려졌으며, 일상의 철학자(?)라는 특이한 수식어가 붙는 스위스 출신의 소설가 알랭 드 보통(A.d.Botton)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충고했다. “최적의 배우자는 모든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견 충돌의 차이를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우리는 이제 ‘다름’을 인정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학교교육도 단순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토론교육이 강화돼야 하고, 그 치열한 토론 끝에는 자신과 다른 주장도 인정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길러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우리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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