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절벽론 사회’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경일시론] ‘절벽론 사회’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10.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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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사전적 의미는 바위가 깎아 세운 것처럼 아주 높이 솟아 있는 험한 낭떠러지다. 그런데 이 절벽이 인터넷 주요 이슈 하나로 자리잡고, 우리 사회 어떤 한 분야의 한계상황을 빗대어 취업절벽, 인구절벽, 성장절벽, 중산층절벽 등으로 부르고 있다. 막다른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전형적인 위기사회 증후군들이다. 실제 최근 한 여론조사는 국민 90%가 한국경제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경제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정부 33%, 국회 29%로 꼽히는 가운데 국내 30대 대기업 절반이 내년 계획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미래와 희망을 논하기에는 너무 치열하고 버거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추론의 종착역 하나는 중산층 복원과 씨름하는 것이다.


‘미래와 희망’, 담기에 버거운 현실

‘최선의 정치공동체는 중간계급 시민들로 구성되며, 중간계급이 다른 계급들보다 크면 강한 국가로 더 잘 운영된다.’ 한 국가내 중산층 확대 필요성에 대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이다. 혼탁한 미국 선거판을 보면 지금까지 봐왔던 미국 민주주의 행태가 아니다. 미국이 창조해낸 민주주의란 위대한 가치가 소수 기득권에 의해 망가질 것을 우려했던 토크빌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읽히고 있는 한 부분은 혁명으로 태어나 평등주의 세례를 받은 나라에서 부의 집중과 양극화로 세계 최대의 빈부격차를 가진 나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부가 새롭고 덜 민주적인 체제인 금권정치를 공고하게 할 것인지 그 기로에 미국의 중산층이 서 있기 때문이다. 절박한 갈림길에서 다수가 패배자로 전락하는 비극을 막고 주인이 되려면 사회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선은 사회에 다양한 활력의 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역동적인 사회는 반드시 기회에 관한 한 문을 열어주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가 관점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사회계층 이동 문 하나가 닫힌 것이다. 웬만한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로스쿨 진학 자체가 어렵다. 기득권 강화논리로 해석할 수 있는 한 부분이다. 그 다음은 삶의 물적 토대를 공고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과정에 대두되는 문제 하나가 붕괴된 중산층 복원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사악해지고 각박해진다. 중산층이 중요한 이유는 두터운 중산층은 사회운영의 안전판이자 경제성장의 현실적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가 극단으로 요동치는 이유는 민주의식의 부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산층이 두텁지 못한 것과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기득권 확장, 사회공론화 철저해야

사회갈등을 만드는 문제는 반드시 그 이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대는 일자리, 물가안정, 30대는 주거안정과 가계부채 연착륙, 40대 사교육 부담 완화, 50대 이상은 정년연장과 노년 일자리 등 세대별 대책과 가능한 중산층 복원도 그러한 문제들이다. 중산층 복원은 정치권이 최우선 국정지표로 중산층 빈곤 예방기능 강화 외 다른 대안이 없다. 중산층의 이반과 그 복원을 정치권이 심각하게 뜨거운 감자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우리 정치가 기득권 논리에 고착되고 있다는 소리다. 정치는 희망이어야 한다. 희망의 신비로운 미학은 삶을 지탱시켜주고 주저앉고 싶어도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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