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궁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자궁에도 봄은 오는가”
  • 김송이
  • 승인 2016.10.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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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이 기자 (취재1팀)
김송이 기자
“체외수정 임신 성공률 경남이 전국 최고.”

최근 지역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경남 의료기관의 난임 치료기술이 수준급이라 더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타 시·도에 비해 의료기술이 월등하다니 좋아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높은 임신 성공률만큼이나 경남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도 좋은 도시인지 궁금해졌다.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짧은 글 하나가 올라왔다.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된 여직원이 눈치도 없이 허니문 베이비를 갖곤 육아휴직을 써 버려 짜증이 난다고. 이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눈치 없고 민폐 끼치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내 며느리는 일도 하고 아이도 둘 이상 낳아 ‘잘’ 키우길 바라지만 우리 회사 여직원은 결혼·임신 후엔 알아서 회사를 떠나주길 바라는 사회. 경남은 과연 어떤 사회인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연합회가 ‘낙태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시술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에 따른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둘도 많다’더니 엊그제는 ‘초중등 학제 단축, 취업 시기 앞당겨 출산을 유도’하자고, 또 오늘은 ‘낙태를 막아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난리시다.

여성의 몸과 임신·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국가와 사회가 그들 사정에 맞춰 통제하고 지배하려 드는 세상.

‘여성=원터치 출산기계’ 공식이 가능한 시대 또한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 여성 인권은 죽었다. ‘내’가 아닌 ‘당신’ 입맛대로 움직여야 하는 나의 자궁에도 봄이 오긴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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