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민속 소싸움의 발원지 진주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경일칼럼] 민속 소싸움의 발원지 진주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0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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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렇게 보면 진주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전국 어디에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물이 흐르는 도시를 찾기는 쉽지가 않은데 천혜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는 인심이 좋다. 영악하지 않고 순박하고 후하고 참되다. 그리고 문화의 도시 진주에는 진주시민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있다. 바로 경남일보, 개천예술제, 진주 민속 소싸움 경기이다. 이 3가지는 효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남일보는 지방지의 효시이고 개천예술제는 지방예술제의 효시이며, 진주 민속 소싸움은 우리나라 소싸움의 효시이다. 경남일보는 서슬 퍼런 5공시절에 1도1사 언론 통폐합이라는 미명하에 잦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인동초처럼 꿋꿋이 지조를 지켜 왔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파수꾼이다. 개천예술제는 1949년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제1회 영남예술제로 개최됐다.

우리 민족과 더불어 2000여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소는 생구(生口)라 하여 다른 가축과 달리 한 식구로 여겼다. 필자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 가서 산과 들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면서 고삐를 잡고 옆에서 풀을 뜯는 소와 재미로 싸움을 붙이곤 했다. 그때의 진주 소싸움은 현재 문화예술회관 앞 남강 백사장에서 대나무 말뚝을 박고 새끼줄을 쳐놓고 대회를 했다. 어떤 때는 싸움소끼리 서로 밀고 밀리면서 백사장이 아닌 남강 안으로 들어가 소의 배에까지 차오른 남강물을 먹으면서 격렬하게 싸운 적도 있었다.

진주 소싸움은 작년 123회 대회를 했다. 어떤 종목의 대회도 100년이 넘는 대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만큼 진주 소싸움은 전통과 역사가 있다. 그래서 LA타임지에도 우리나라 11개 지역의 소싸움 중 진주 소싸움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123회나 이어온 진주 소싸움 대회가 이번 개천예술제에는 개최되지 않았다. 진주시의 예산 삭감 때문이라고 한다. 진주시는 여러 가지 행사 중 민속대회만큼은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외래문화의 범람으로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전통문화는 계승해 나가야 한다.

역사와 전통 민속문화가 없는 나라는 정체성이 없는 나라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 소싸움을 총괄하는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산하에는 11개의 지회가 있는데 지회에서 2년 연속 공식대회를 치르지 않으면 그 지역의 지회는 퇴출되고 회원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진주 회원들의 싸움소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우리 농민들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진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도 소싸움 경기가 없으니 개천예술제를 기피한다. 이것도 개천예술제 때 외래 관광객이 감소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작년에는 칸막이 논란으로, 올해는 소싸움 경기 취소로 외래 관광객들에게 진주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 같아 진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뒷맛이 영 씁쓸하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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