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지금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1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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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최순실에 대한 뉴스가 등장한 이후 이상한 병이 생겼다. 때때로 느닷없이 한숨이 나오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올라온다. 그가 정권 뒤에서 나라를 주무르는 동안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 심지어는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동안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던 일들, 어디서 저런 사람들만 골라서 임명하나 싶게 이뤄지던 인사, 세월호 참사의 어이없는 대응,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고집, 시위를 한다고 무고한 국민에게 물대포를 쏘아 돌아가게 한 사건, 피해자들과의 상의조차 없이 덜컥 해버린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 난데없는 사드배치 결정들이 이번에 드러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행태를 보고나니 이해가 되는데, 이해가 된다는 사실이 더욱 끔찍한 기분이다.

한숨과 울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들은 이번뿐만 아니라 몇 년에 한 번씩 이러한 폭탄을 맞아 자신이 찢기는 듯한 외상을 경험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09년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2014년의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번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상처를 남겼고, 상처 위에 상처를 덧입혔다.

그런 와중에 우리 국민들의 이러한 아픔과 상처를 알아보는 개그맨 김제동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국민이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왔구나. 지나는 모든 이의 뒷모습에 마음으로 깊이 머리 숙였습니다. 진짜 대우받아야 할 모든 이들에게.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에게”라고 쓰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도피 중이던 최순실이 귀국해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 몸을 추스를 여유를 달라”고 요청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금 몸을 추슬러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입니다. 그런 위로와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입니다”라고 하면서 우리의 처지를 공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위로와 대우이다. 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에 가담한 일군의 사람들을 빼고 우리는 모두 상처받았다. 회피하고 싶은 사람이나, 애써 이해를 하려는 사람이나,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사람이나 모두.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겪는 이 증후군의 치유는 불가능하다. 치유가 이뤄지려면 정상적인 형태로 굴러가는 나라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정치 걱정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냥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기만 해도 안전감과 공정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나라와 권력의 밑바닥을 이제는 본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한 가닥의 희망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몇몇 사람의 농간에 이 나라가 휘둘리지 않도록 이 모든 범죄, 혼란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그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강문순 (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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