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걷이도 다 끝나고 아침이면 하얗게 내린 서리로 인하여 논과 밭은 내년을 위해 조용한 겨울잠을 청하는 계절이다.
논두렁과 밭두렁에도 푸르름을 뽐냈던 여러 가지 풀들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잿빛갈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이맘때부터 새싹이 돋아나기 까지 농가에서는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논·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방제하고 주변을 깨끗이 한다.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땅속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논·밭두렁 태우기는 그 효과가 적으며,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병해충과 천적도 함께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1970년대 식량증산 대책의 일환으로 병해충으로 인한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벼 줄무늬잎마름병, 벼 오갈병을 매개하는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해충의 발생을 막기 위해 권장했던 병해충 방제 대책이다. 이후 병해충에 대한 예찰과 방제기술이 발달하였고 대부분의 품종들은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 품종으로 개량되어 병해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농작물에는 큰 피해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겨울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화가 심하여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작은 바람에도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어 산림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잡풀들을 처리하고 주변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논·밭두렁을 태운다고 계획하면 반드시 바람이 없는 청명한 날을 택하고 동네 사람들과 공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작은 좋은 일을 하다가 부주의하여 나쁜 방향으로 큰일을 치른다는 속담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조심하고 조심하여 대비하면 산불을 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성래 경상남도농업기술 지원기획과 농촌지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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