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에 걸친 삼성 오너가의 오디오 인연
2대에 걸친 삼성 오너가의 오디오 인연
  • 연합뉴스
  • 승인 2016.11.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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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95·96년 하이엔드 제품 생산
아들 이재용 부회장, ‘하만’ 인수로 재진출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 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기로 하면서 삼성 오너(총수)가의 대(代)를 이은 오디오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수하기로 한 하만은 지금은 전장 사업이 주력이지만 애초에 오디오 업체로 출발한 기업이다. 실제 일반인에게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인 전장 사업보다는 오디오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만 카돈, JBL, 마크 레빈슨 같은 오디오 브랜드, 전문가용 헤드폰을 생산하는 AKG 등이 모두 하만 그룹의 울타리 안에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꾸준히 오디오 브랜드를 확장해온 결과다.

 또 가정용 오디오가 아닌 카오디오 부문에서는 각각 덴마크와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O), 바워즈앤윌킨즈(B&W)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오디오와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디오 애호가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엠페러’(Emperor)란 브랜드로 95년에 하이엔드 앰프(파워·프리앰프)를, 이듬해인 96년에 전문가용 스피커를 국내에 출시했다.

 당시 앰프와 스피커를 모두 합치면 가격이 3500만원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대중이 아닌 최고급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었고, 96년 5월 미국에서 열린 ‘96 하이파이쇼’에서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호평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엠페러 개발을 위해 94년 일본의 앰프 제조사 럭스만을 인수했고, 앰프 개발 때는 미국 마드 리갈과, 스피커 개발 때는 미국 헤일즈와 각각 협업했다.

 하지만 이듬해 닥친 외환위기의 파고로 이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업은 중단됐다. 삼성전자로서는 과감하게 명품 오디오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가 환란이란 복병을 만나 고배를 마신 셈이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그로부터 딱 20년 만에 세계 오디오 업계의 공룡인 하만을 인수했다. 이건희 회장이 자체 기술력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한 하이엔드 오디오 사업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초대형 M&A를 통해 거머쥔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런 시각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번 하만 인수는 커넥티드(Connected) 카나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시장을 겨냥한 조치이지, 오디오 사업에 손대려는 목적이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하만의 다양한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와 기술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TV, 생활가전 등과 접붙이기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삼성은 이번 하만 인수가 완성차 사업 진출과는 무관하다며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시도했다가 불발된 완성차 사업(삼성자동차)에 다시 뛰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완성차 사업을 다시 할 가능성은 0%”라며 “있을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그 이유로 일단 9조원대 베팅을 통해 하만을 인수한 상황에서 완성차 사업에 진출할 경우 자충수가 된다는 점을 꼽는다.

 하만이 현대자동차는 물론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크라이슬러, 피아트,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많은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둔 상황에서 완성차 사업에 나서면 하만의 고객사가 모두 이탈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인수는 저성장 시장인 완성차 대신 고성장의 전장 사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전자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스마트카용 전장 시장의 규모는 2025년까지 매년 13% 성장하지만, 완성차 시장은 2.4%씩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수의 의미는 삼성전자의 정보기술(IT) 역량을 바탕으로 차량의 부가가치를 향상하는 전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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