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융합의 시대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 경남일보
  • 승인 2016.11.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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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며칠 전 회사에서 부서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앞자리에 앉은 선배의 젓가락질 하는 모습이 특이하여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슬며시 웃으면서 말을 붙여 보았다. ‘젓가락질이 조금 특이하시네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이제라도 한번 바로잡는 연습을 해보시지요.’ 이에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아본 양 바로 답변이 이어진다. ‘요즘은 개성의 시대, 융합의 시대라고 하는데, 틀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해야 하는 거 몰라요. 고정관념을 깨야지요.’ 아, 괜한 소리를 했다가 한방 맞았다.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있는 선배를 보니 조용히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월말 대구에서 전국도서관대회가 개최되었는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술정보관에 방문해 볼 기회가 있었다. 강력한 융복합 교육과 연구를 통해 혁신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취지답게 일반 대학교의 도서관과는 사뭇 다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수면의자와 수면안대, 컴퓨터 본체가 없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 특색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그 중 유독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수십 개의 세미나실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서원(書院) 사진들이었다.

한훤당의 도동서원, 퇴계의 도산서원, 서애의 병산서원 등이 있었는데, 과학기술원에서 수시로 모여 토론을 하는 공간에 서원 사진이라니, 조금은 의아해서 안내해주는 분께 경위를 여쭤보았다. 학교가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의 융복합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인문학적 사고가 내재되어야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하여 색다르게 디자인을 해보았다고 한다. 1층으로 내려가니 역사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소규모 박물관도 있었다.

논어 ‘자로편’에 보면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는 말이 있다. 화(和)는 거스르고 어기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동(同)은 아첨하고 빌붙음을 뜻하므로 ‘군자는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도 이들과 잘 화합할 수 있으며, 소인은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잘 화합하지 못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창의적 융합과 화합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부터 군자답게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나와 다른 상대를 존중하여 잘 화합하며 살아가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아봄이 어떨까.

정현철(국방기술품질원 경영지원부 총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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