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박근혜 시대의 종언
[경일시론] 박근혜 시대의 종언
  • 이홍구
  • 승인 2016.11.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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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창원총국장)
박근혜 시대는 끝났다.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된 대통령의 도덕적 정당성은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백성으로부터 경멸이 대상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 주위집단은 스스로 오욕의 구렁텅이로 뛰어들었다.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며 퇴진요구도 합헌적이다.

박근혜-최순실 사태에 분노하면서도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에는 판단을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대통령 퇴진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두가지 이유다. 우선 실체적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언론에서 쏟아내는 무수한 의혹보도가 대통령 퇴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진 못한다. 언론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폭로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찌라시 수준에 근접한 무책임한 선정적 보도는 초점을 흐렸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심판은 이미 내려졌지만 사법적 절차는 진행중이다. 한번 결정되면 돌이킬 수 없는 엄중한 역사적 판단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죄가 무엇인지 엄밀하게 밝혀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 역사에 기록하는 것은 검찰과 특검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대통령 하야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권력 대체세력에 대한 불신이다.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새누리당은 논외로 치자. 야권은 벌써 권력을 차지한 듯 기고만장하고 있다.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도 야권이 차지하려고 한다.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사실상의 권력이양 요구다. 국군통수권, 비상조치권, 외교권을 야권이 정한 총리에게 내놓고 2선으로 후퇴하라는 주장은 차라리 반헌법적이다. 헌법에 의한 선거로 위임된 대통령의 권한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해도 함부로 넘겨줄 수 없다. 대통령이 헌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거나 자의적으로 위임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중대한 헌법위반이며 탄핵사유다. ‘질서있는 퇴진’ 운운하며 헌법 규정을 무력화하는 시도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를 끝내는 방식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박근혜 시대를 끝내는 방법은 두가지 뿐이다. 탄핵에 의한 파면과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이 그것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혁명적 방법으로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는 없다. 검찰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특검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대통령의 불법혐의는 탄핵사유가 충분하다. 정치권은 당장 탄핵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이미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당위의 문제다. 탄핵과 함께 개헌작업도 착수해야 한다. 정당정치의 후진성에서 비롯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헌법을 개정하여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동시에 현재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부칙을 삽입하여 박근혜 시대를 합헌적으로 종결시켜야 한다.

1년후 대한민국의 좌표가 어딜지 생각하면 두렵고 참혹하다. 그러나 박근혜 시대를 넘어 미래의 지평을 여는 것은 국민의 힘이다. 맹자는 “나라에 백성이 근본이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民爲本 社稷次之 君位輕)”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염원이 대한민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홍구(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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