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뜻밖의 손님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교단에서] 뜻밖의 손님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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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것 보세요. 오늘도 싹이 올라왔어요.” 식물재배상자 옆에서 탄성을 지르는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진다. 떨어진 실내기온에도 아랑곳없이 앙증맞은 초록잎사귀가 흙 위로 얼굴을 쏘옥 내밀며 올라오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우리가 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싹이 돋아났는지 궁금해 그 식물을 알아보니 필로데드롱속에 속하는 콩고라는 열대식물이다.

올해 초 새로이 배정받은 우리 교실에는 제법 큰 재배상자가 창가에 있었다. 그 상자의 양쪽에는 여러 육상식물이, 가운데는 수생식물이 심겨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상자의 한쪽에서 불개미가 많이 나와 우리를 괴롭혔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도 퇴치되지 않아 결국 상자를 말끔히 정리했다. 상자 속 흙 반 정도를 퍼내어 교실 밖의 화단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다육이 화분을 놓았다. 수경식물을 키우는 곳의 물도 퍼내고 흙을 말렸다. 화분에 물을 주던 아이들이 최근에 수경식물이 있던 곳의 흙에도 물을 주었는데 싹이 계속 올라왔다. 싹 주변을 자세히 관찰한 아이들이 흙 속에서 콩고라는 열대식물의 뿌리를 찾아냈다.

특별한 체험을 소재로 한 인성교육은 교육효과가 매우 높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한 그루의 나무가 풍성한 나뭇잎과 열매를 맺기까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토의를 했다. 그 뒤에 백지에 자신의 나무를 그린 후 포스트잇을 이용해 흙, 뿌리, 줄기, 열매에 해당하는 내용을 채워 넣고 나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흙이 좋아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고,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열매에 물과 영양분을 잘 공급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뿌리를 잘 키우는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겠다”고 발표한 아이도 있었다.

식물은 땅속의 뿌리를 통해 양분과 물을 흡수하고, 잎에서 이산화탄소와 태양빛으로 스스로 새로운 영양분을 만들어 성장하거나 씨앗과 뿌리에 저장하기도 한다. 겨울이면 맨몸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다음 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텃밭이나 화분에 씨앗을 뿌리고, 떡잎이 흙을 밀어내며 올라오는 모습과 새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체험하며 생명의 신비와 고귀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 같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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