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정다운 산 우리 산
[현장칼럼] 정다운 산 우리 산
  • 최창민
  • 승인 2016.11.2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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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취재부장)
“요즘 어느 산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본보에 연재 중인 ‘명산’ 관련 시리즈를 접한 독자 혹은 지인들의 안부이기도하고 인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반면 약간 민망하면서 난감해 질 때도 있다. 인사 차 건네는 말이라면 “네, 더 잘 아시면서…”라고 어물쩍 넘길 수 있으나 그렇지 않고 실제 그런 사정을 물어오는 것이라면 약간의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이에 대한 답으로 ‘이 산은 어떻고 저산은 저렇고…’ 하는 식으로 정리해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26일 지리산에 첫눈이 내렸다. 영하의 날씨에 내린 눈이라 노고단 성삼재 길이 얼어 차량이 3시간 넘게 고립됐다고 한다.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돼 피해가 없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바야흐로 시절은 겨울에 다가와 있음을 실감한다.

인근 지역 겨울산행지로 좋은 곳을 꼽는다면 먼저 웅석봉(1099m)을 들 수 있다. 지리산은 겨울에 통제구간이 많지만 웅석봉은 다소 자유롭다. 고산으로 암릉의 급경사와 완만한 육산이 조화를 이루는데 지리산의 장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미니 지리산이다. 산청읍을 관통해 내리마을 지곡사에서 바로 올라 선녀탕과 왕재를 거쳐 오르거나, 지곡사 쪽에서 계곡을 건너 오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험준한 지리산 산행과 같은 장점에다 정상 너머 왕재 쪽은 완만한 경사여서 두 가지의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다음은 사천 와룡산이다. 상사바위가 있는 천왕봉과 새섬봉∼민재봉으로 이어지는 경쾌한 산줄기를 즐길 수 있다. 민재봉에서는 왼쪽 백천사나, 오른쪽 기차바위 상투산으로 하산할 수 있다.

긴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도암재를 기준으로 화강 암릉과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상사바위 천왕봉코스가 좋고 날카롭고 우람한 암릉을 즐기려면 반대편 새섬바위 민재봉 코스가 제격이다.

창녕 소재 화왕산(756m)과 관룡산(740m)도 좋다. 억새와 불의 산으로 유명한 화왕산은 가을 산이지만 눈 덮인 겨울도 아름답다. 특히 관룡산은 금강이나 설악의 절경 한 조각을 떼어 옮겨 놓은 듯하다. 화강암의 우람한 바위는 울산바위를 닮았고, 범접할 수 없는 수직절벽은 금강의 만물상을 닮았다. 거기 바위틈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 산기슭에 절묘하게 위치한 관룡사, 그 절의 문화유산,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기적인 산이다. 도내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요 매일 올라도 질리지 않을 산이다.

가족 산행이라면 산행에 부담이 적은 남해 금산(681m)을 꼽겠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셔틀버스가 있어 아이들을 동행해도 무방하다. 조금 서두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볼 수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섬 산행은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398m)이 압권이다. 위험해 가끔 부상 등 사고가 발생하는 악명 높은 산이었으나 최근에는 위험지역에 구름다리와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달바위봉 옥녀봉 등 가슴 설레게 하는 봉우리들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정답은 없다. 히말라야 몽블랑 장가계 황산 노산 태산 다 좋지만 올 겨울 가까운 산에 올라서 우리의 겨울 산을 한번 즐겨보자. 우거진 수풀 바람 막아주는 정다운 산 우리 산.

 
최창민(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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