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보러 오실래요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화석보러 오실래요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1.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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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철
1997년 여름, 진주 진성면에는 경남과학교육원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때 나지막한 구릉지 공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암석을 유심히 살피는 이가 있었으니, 인근 경남과학고의 백광석 선생님이었다. 화석전문가인 그의 눈에 범상치 않은 새와 공룡발자국 화석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모든 공사가 중단되고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발굴이 진행됐다. 현장은 천연기념물 제395호 지정과 함께 보존절차를 거친 다음 10년이 지난 2007년에야 공사가 끝날 수 있었다. 경남과학교육원 화석문화재전시관에 얽힌 이야기이다.

당시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의 초식공룡과 육식공룡 발자국 등 120여개와 4종의 새 발자국, 무척추동물 흔적, 중생대 하늘을 지배한 익룡 발자국, 빗방울과 물결자국, 건열 등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에 가까웠다. 화석 중에는 공룡발자국 위에 물갈퀴가 달린 새발자국이 함께 나타나 이들이 동시대에 공생했음을 보여주는 것도 있었다. 또 새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부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남긴 지그재그 모양 흔적과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이 함께 발견돼 저어새 조상이 살던 곳임을 보여주는 것도 있었는데 지명인 가진리를 따서 ‘이그노트 오르니스 가지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중생대에는 새의 골격화석이 드물어 발자국이 중요한 진화자료인데 밀도와 양에서 최고였다. 이 전시관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발굴현장에 세워진 세 번째 교육기관이 됐다.

화석을 발견한 백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가 2010년에 돌아가셨는데, 유족은 고인께서 평생 채집한 화석 920여점을 경남과학교육원에 기증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화석과 공룡뼈, 익룡뼈, 공룡알은 물론 절지동물, 연체동물, 식물화석까지 다종다양함에서 국내 어느 기관보다도 나았다. 여기에 한석운님이 기증한 140여점을 합쳐 작년 12월 화석특별전시관을 따로 개관함으로써 경남과학교육원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화석을 보유한 곳이 됐다. 한반도는 공룡과 새 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은 곳인데, 그 생생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겨울에는 1억년의 신비와 함께 한 교육자의 평생에 걸친 노고가 담겨 있는 이곳을 찾아 과학에 대한 관심과 꿈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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