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상봉동주민센터 신축 무산…책임자는 없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의정칼럼] 상봉동주민센터 신축 무산…책임자는 없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 경남일보
  • 승인 2016.12.07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주시 상봉동주민센터는 1968년에 신축됐다. 1980년에 한 차례 재건축을 하고 나서는 36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주차장도 없고 민원인이 한꺼번에 3명도 들어가기 힘든 허름한 상봉동주민센터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과거 관청의 모습으로 그대로 서 있다. 관청은 그 지역행정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상봉동 주민들은 40년 가까이 무너질 듯한 주민센터를 운명처럼 안고 살고 있다.

주민센터는 지역복지의 허브이자 주민 문화활동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비좁고 허름한 상봉동주민센터에 그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상봉동주민센터는 1만6000명이 넘는 주민 수에도 불구하고 동 주민센터 중 대지면적이 가장 좁다. 오래전부터 상봉동 주민들은 주민센터를 신축하거나 이전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지만, 싸늘한 진주시의 태도에 가슴에 멍만 들다가 몇 십 년이 흘러버렸다.

지난 정부의 소규모 동통합 장려정책이 추진되면서 상봉동은 그 어떤 동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동통합 추진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로 주민센터를 신축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 분명히 2015년에 예산까지 잡혔다는 얘기까지 들렸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됐다. 2015년 5월에 추경을 통해서 편성한 예산 15억원이 글쎄 4개월 후 9월 달에 15억원을 그대로 삭감했단다.

성숙한 행정의 모범을 보인다는 진주시가 이렇게 주민들의 약속을 저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4개월 만에 삭감한 이유가 정부의 대동제 시행정책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15억원이나 되는 주민숙원사업을 삭감하면서 지역 동장이나 자치위원들에게 한 마디 언질이 없었을까. 이제는 대동제 정책시행도 없고 관련부서도 사라진지 오래지만, 진주시 해당부서들은 ‘나 몰라라’ 하며 발뺌하기 바쁘다. 정말 무책임하다.

동 주민센터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상봉동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다. 주민들의 불편은 날로 가중되고 공무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제는 36년이 넘어가는 건물을 보면서 자꾸만 지난 여름,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노후건물 붕괴사고가 떠오른다. 모범을 보여야 할 관이 다 무너져가는 건물로 공무원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신뢰는 행정의 처음이자 끝이다. 경남도의 투융자심사까지 마친 동청사 신축을 4개월 만에 아무도 모르게 뒤집어 버리고는 지금 와서 나 몰라라 한다면 적어도 상봉동 주민들에게 더 이상 신뢰를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또한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혀버린 상봉동 주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15억원 예산 삭감에 대해서 공개 해명을 해야 한다. 겉을 다친 것은 치유가 되지만 마음의 병은 쉽사리 낫지 않는다. 상봉동 주민들의 순수한 믿음을 저버린 진주시는 임시이전을 하든, 신축을 하든 진지하게 대안을 검토하는 책임감을 보이기 바란다. 병든 상봉동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말이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