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무오류성(無誤謬性)
국민의 무오류성(無誤謬性)
  • 이홍구
  • 승인 2016.12.02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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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장)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 조항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바이마르 헌법은 첫머리에 ‘독일제국은 공화국이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패전국이 된 독일은 이 조항을 헌법에서 폐기한다.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 폐기된 것은 독일인의 반성에서 비롯됐다. 히틀러는 바이마르 헌법의 국민주권사상을 악용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쟁취한다. 이 과정에서 독일국민들은 히틀러 나치정권에 동조해 전체주의 독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국가권력의 주인인 국민에 의해 파시즘이 정당화되는 역설이 빚어진 것이다.

▶이처럼 국민은 이중적인 존재다. 4·19혁명과 6월항쟁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추동한 것은 국민이었다. 하지만 베를린 광장에서 ‘치유자 히틀러’를 외친 나치 유겐트도 국민이란 이름으로 포장됐다. 그래서 광장의 민중주의를 법과 제도적 장치로 여과하고 정제한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은 ‘비겁함’으로 대변된다. 대중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그것을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리더는 소신을 갖고 가시밭길을 앞장서서 헤쳐가는 자이다.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무오류성(infallibility)’을 선동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에 포획되고 만다. 이홍구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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