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늘었지만 천만 올라탄건 부산행뿐
다양성 늘었지만 천만 올라탄건 부산행뿐
  • 연합뉴스
  • 승인 2016.12.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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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재, 장르 확장…관객 양극화는 여전
▲ 영화 ‘부산행’ 스틸컷.
 

올 한 해 국내 영화시장에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부산행’ 한편뿐이었다.
 예년보다 메가 히트작은 드물었지만, 소재와 장르의 지평은 한층 넓어졌다.

 좀비와 동성애, 무속, 원전 등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의 작품이 등장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소재가 낯설더라도 작품성 있고 잘 짜인 이야기라면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한국 영화시장은 올해도 관객 2억 명을 돌파했다. 외형은 유지했지만 스크린 독·과점 등으로 대형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은 여전했다.



 ◇ 색다른 소재·장르, 흥행·평단도 잡았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샤머니즘과 오컬트, 좀비물까지 한데 녹여낸 ‘곡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이야기와 충격적인 영상,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관객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관객 수 688만 명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소재와 장르도 충분히 흥행가능함을 보여줬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로 동성애 금기를 허물었다. ‘공동경비구역JSA’(2000)에서 남북병사 간 우정을, ‘올드보이’(2003)에서는 근친상간을, ‘박쥐’(2009)에서는 가톨릭 성직자의 성적 욕망을 다루는 등 늘 사회적 금기에 도전해온 그다.

 ‘아가씨’에는 두 여배우의 강도 높은 성애묘사가 나온다. 그러나 폭력은 줄고, 이야기 전개는 한층 흥미로워져 박 감독의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국내에서 429만명이 관람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낯선 소재와 장르를 차용한 이들 작품은 기존 상업영화의 틀을 벗어났지만, 작품성은 물론 영화적 재미를 갖췄기 때문에 관객들이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곡성’에도 좀비가 나오지만, KTX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등장하는 좀비 떼의 파괴력은 훨씬 컸다. 국내 여름 시장에서 천만 관객을 ‘부산행’에 태웠고, 해외에서도 총 45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매출액이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20여 개국에서 개봉했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도 소재와 내용 측면에서 기존 영화들과 선을 긋는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악인들의 모습을 담은 ‘아수라’는 선과 악의 대결, 권선징악 등 한국영화의 흥행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주목할 만한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아수리언’이라고 칭하는 ‘아수라’ 마니아층이 생기는 등 팬덤을 만들어냈다.

 이외에 중저예산 영화 가운데 선천적 멀미 증후군(‘걷기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시간이 멈춘 세계(‘가려진 시간’) 등 참신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속속 등장해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 4년 연속 2억 관객…양극화는 여전

 국내 영화시장은 올해도 관객 2억 명을 돌파했다. 2013년에 처음 돌파한 이후 4년 연속 2억 관객 시대를 열었다. 이중 한국영화 관객 수는 5년 연속 1억명을 넘겼다.

 영화시장의 외형적 성장은 유지했지만, 내실을 다지지는 못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300여편 가운데 100만명을 넘긴 영화는 21편에 불과했다.

 ‘부산행’(1156만명), ‘검사외전’(970만명), ‘밀정’(750만명), ‘터널’(712만명), ‘인천상륙작전’(705만명), ‘럭키’(697만명), ‘곡성’(688만명), ‘덕혜옹주’(560만명), ‘아가씨’(428만명), ‘귀향’(367만명) 등 상위 10편이 한국영화 전체 관객의 70% 가까이 차지했다.

 외화로까지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올해 개봉한 약 1500편의 영화 가운데 상위 20편에 전체 관객의 절반 이상인 1억1000명이 쏠렸다.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7~8월 여름 성수기와 추석 대목에만 흥행작들이 몰리고 비수기에는 관객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시장 양극화도 여전했다.

 올해 외화를 포함한 전체 흥행 순위 10위권에 든 한국영화 8편 가운데 4편이 여름 성수기 때 상영됐다.

 ‘상반기는 외화, 하반기는 한국영화 강세’ 공식은 올해도 재연됐다. 상반기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470만명),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명)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올해 초 ‘검사외전’(868만명) 이후 흥행작 고갈에 시달리던 한국영화는 ‘곡성’, ‘아가씨’로 흥행에 시동을 건 뒤 여름 시장에서 ‘부산행’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차례로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 ‘사회비판=흥행’ 공식 여전히 유효

 ‘부산행’, ‘터널’, ‘판도라’는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정부의 무능력과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꼬집는다.

 지난해 ‘내부자들’, ‘베테랑’이 각각 범죄와 액션 장르지만 사회비판 테마를 접목해 관객과 거리를 좁힌 것의 연장선에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잇따라 제작됐다. ‘동주’를 시작으로 ‘귀향’,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이 줄줄이 개봉됐다.

 역사물과 재난영화 등 ‘센’ 작품들 사이에 개봉된 코미디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굿바이싱글’(211만명), ‘봉이 김선달’(205만명)에 이어 ‘럭키’(697만명)가 예상치 못한 잭팟을 터뜨렸고 ’형‘도 ’럭키‘의 바통을 이어받아 순항 중이다.



 ◇남성영화 ’홍수‘ 속 여배우 활약

 남성중심 영화가 쏟아진 가운데 ‘아수라’를 비롯해 남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멀티캐스팅 영화들이 줄을 이었다.

 이 틈을 비집고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여성 배우들도 있었다. 중견 배우 윤여정은 올해 ‘제2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제10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로 인생연기를 펼치며 연기파 배우로 발돋움했다.

 재개봉 영화의 러시도 이어졌다. ‘노트북’(18만2000여명)이 올해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고, ‘글루미 선데이’ ’색, 계’ ‘죽은 시인의 사회’ ‘비포 선라이즈’ ‘500일의 썸머’ 등 추억의 영화들도 향수를 자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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