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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59>거제 망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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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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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구항 명사해수욕장과 가라산 노자산이 보인다.


거제도는 도내 최남단에 있는 거대한 섬으로 국내에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크다. 망산은 이 섬 안에서 더 남쪽인 남부면에 우뚝 솟아 있다. 최고봉이 375m에 불과한데 우뚝하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해도 실상 산에 올라보면 내륙의 1000m급 산세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먼저 이 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지역에 속해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잘 몰라도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처럼 국립공원급에 드는 품격 있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고봉 망산 내봉산 천년송 각지미봉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유장하면서도 암팡지다. 더욱이 산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의 수려한 경치는 내륙의 국립공원보다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남으로 열린 대해에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섬들은 시골마을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하다. 섬 모롱이를 때리며 내는 파도소리는 이들이 나누는 정감 있는 대화이다. 또 망망대해 끄트머리에 일본의 거대한 섬 대마도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와 있다. 거리상 60㎞정도인데 일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마도인 만큼 맨눈에 보이는게 신기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이런 사정을 감안한 듯 망산 고스락 이정석에 정을 쪼아 ‘천하일경’(天下一景)이라고 새겨놓았다.

망산(望山)이란 ‘망을 본다’는 뜻의 산으로 옛날 왜구의 침입이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망을 봤다는 데서 온말. 같은 이름의 산은 거제에 한 곳이 더 있고 남해안의 통영 여수 남해 완도 등지에 같은 이름의 산이 많다. 대부분 망을 봤다는데서 온 이름이다.

 
   
▲ 홍포마을과 장사도 등 다도해


▲등산로; 거제시 남부면 명사마을회관→놀러와 펜션 맞은편 등산로 입구→칼바위등 전망대→망산→해미장골등 전망대→내봉산(359m)→여차등→각지미전망대→저구삼거리고개→14번 순환도로 명사마을 회귀. 7.5㎞ 산행거리에 휴식포함 4시간 40분 소요.

▲오전 10시, 거제시 남부면 명사마을이 등산로 입구다. 이 마을은 여름철 피서객을 끌어 모으는 명물 명사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마을에서 14번 순환도로를 걸어 200m정도 남쪽으로 진행하면 해안 쪽에 ‘놀러와 펜션’이 있고 맞은편에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열려 있는 산문을 통과해 산에 들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등산안내판이 반긴다. 해안가 산이어서 수목 성격이 내륙과는 조금 다르다. 나무 둥치는 주로 하얗고 이파리는 넓고 두꺼운 활엽목이다.

오전 10시 30분, 수백년된 소사나무가 바위에 붙어 살고 있는 첫번째 칼바위등 전망대에 선다. 내륙으로 깊게 들어와 있는 저구항, 푸른 바다와 해수욕장의 하얀 모래알이 강한 색 대비를 이뤄 눈이 시리다. 멀리로는 가라산이, 그 뒤로 노자산이다. 바다 쪽엔 한산도와 용초도, 그 사이 코발트 블루의 바다를 넘어 내륙 안쪽에 조개껍데기 빛을 내는 통영 시가지가 보인다. 회색의 도시가 바다를 건너니 요상하게도 자연의 색을 닮아간다. 큰 바다 쪽은 비진도 장사도 소덕도 대덕도이다.

목장승과 돌탑이 있는 두 번째 전망대를 지나 거센 된비알을 거슬러 오르면 비스듬한 암반으로 형성돼 있는 정상에 닿는다. 사방의 조망은 수려하고 빼어나다. 397m에 불과한 낮은 산인데도 바다 쪽을 바라보면 가슴이 툭 소리를 내고 터지는 것 같다. 가장 가깝게 민들섬, 옆에 쥐섬, 그 옆에 강동여, 소병대도, 누렁섬, 첫삼섬, 중삼섬, 윗삼섬, 붉은 바위섬, 대병대도, 가운데섬, 애섬도 있다. 가왕도 장사도 매물도 소매물도 어유도까지 보인다. 더 왼쪽으로는 해금강이 조망된다. 멀리 수평선을 따라 뱀의 형상처럼 길게 늘어선 섬은 일본 대마도.

태양이 있는 바다쪽은 금빛 물비늘이 허공에 산란돼 황홀한 광경을 연출한다. 이런 빛을 바라보는 나 자신 다리가 길어지고 어깨도 넓어지는 것 같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땅 끝에 서서 대륙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저 우쭐해지는 기분이 든다. 빛바랜 녹색의 산불감시초소에는 사람이 없고 주변에는 낡은 월간지 책갈피가 바람을 타고 있다.

 
   
▲ 망산 정상에서 본 대병대도와 대마도 방향 남쪽 바다. 


가야할 목적지 저구삼거리 4.3㎞를 비롯, 여차마을 2.6㎞, 홍포 1㎞이정표 옆을 따라 내려간다. 정면에 내봉산(359), 좌측에 각지미봉, 중간에 천장산. 오전 11시 30분, 홍포마을 갈림길을 스쳐 지난다. 홍포마을은 망산에 오르는 또 다른 등산길로 짧은 코스이다.

남으로 열린 바다, 섬 안개가 많이 끼는 해미장골등을 지난다. 지나온 망산을 비롯해 계룡산(568m), 선자산(519m), 북병산(465.3m), 노자산(569m), 가라산(585m)을 다른 말로 거제지맥이라고도 부른다.

낮 12시 16분, 내봉산(359m)정상, 이곳 역시 최고의 전망대이다. 발 아래 여차 몽돌해변은 조용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멋을 풍기는 숨은 명소다. 그 끝에 천장산이 피라미드처럼 서 있다. 1980년대 아시아의 물개로 이름을 떨친 조오련 선수가 여차몽돌해안을 출발해 대한해협을 건넜다고 쓴 내용들이 포털에 떠다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1980년 8월 부산 다대포 반도조선 앞 방파제에서 출발해 일본 대마도 서북단 사오자키 등대까지 53㎞를 13시간16분10초 만에 헤엄쳐 건넌 사실이 있다. 하지만 출발지는 여차해수욕장이 아니라 부산이다. 오해는 인근 다대다포항과 부산 다대포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암철 여차마을 이장은 “조씨가 일본까지 헤엄쳐 건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출발지가 여차몽돌해안이라는 얘기는 처음”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씨는 대한해협 횡단 후 “대한남아의 용기와 기상을 떨쳐 기쁘다”고 했다. 그는 2009년 8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천장산 정상은 옛날 왜구들이 조선침략을 위해 지적도상 시발점으로 삼은 곳이라고 한다. 정상석 옆에 ‘대삼각점’이라는 비석이 하나 있다. 1914년 5월 1일 지적의 세부측량을 시작할 때 일본의 대마도에서 32해리 60㎞를 삼각점으로 측량해 경남도 제1호를 매설, 우리나라 지적도의 시발점으로 삼았단다. 또 이곳에는 광무 8년 1904년 노·일전쟁 때 일본군이 포대를 설치했던 왜군의 성터가 있다고.

휴식 후 오후 1시 15분 내봉산 자리를 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식물생태계 보호구역으로 모든 식물의 채취를 금한다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여차등 안부, 오른쪽으로 500m 내려가면 여차마을이다.

안부 두 세곳을 오르내림하다가 오후 1시 50분 각지미봉에 오른다. 걷기에 성가신 날카로운 바위가 20여m 정도 이어진다.

등산 초입부터 하늘을 낮게 날았던 독수리의 움직임을 쫓았더니 다대만의 다포항과 해금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 하산이다. 돌탑으로 쌓은 길을 지나 작은 다대재, 오후 2시 20분에 저구삼거리 도착한다.

 
   
▲ 여차 몽돌해안과 천장산


도로 좌측으로 15분정도 가면 명사마을이고 우측으로 가면 다대, 다포리다. 도로 건너서 산길을 따르면 가라산 노자산 거제지맥을 탄다.

취재팀은 명사마을로 회귀하는 길 산 쪽 섶에서 산돼지 한 가족과 맞닥뜨렸다. 길가에까지 내려왔었는지 아스팔트 옆 도로가 파헤쳐져 있었다. 오후 2시 40분 명사마을 도착.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61203거제망산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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