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도보단 방향이다
김광태(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속도보단 방향이다
김광태(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6.04.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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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비약적인 압축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게 됐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면서 행복은 잃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제는 오직 속도만을 앞세워 경쟁을 추구하는 삶이 과연 옳은 길인지 되짚어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자연의 생존경쟁은 본디 치열하다. 그렇지만 서로 도우며 함께 잘사는 방법을 터득한 생물이 뜻밖에도 많다.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생물은 고래나 코끼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이라고 한다. 이 세상 동물들의 무게를 다 합쳐도 식물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일 따름이다. 또한 자연계에서 숫자로 가장 성공한 생물은 바로 곤충이다.

이 지구 생태계에서 무게와 수로 가장 막강한 두 생물집단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곤충과 현화식물은 꽃가루받이라는 공생관계를 만들면서 양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연계의 성공사례 하나만 봐도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무조건 서로 물고 뜯고 상대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인류학자가 나무에 맛있는 음식을 매달아놓고,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음식이 달린 나무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는 게임이었다. 그는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모두 손을 잡고 가서 음식을 함께 먹었다. 학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지?” 그러자 아이들이 “우분트(UBUNTU)!” 라고 외치며 말했다. ‘우분트’, 아프리카 부족어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심오한 공생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지혜의 말이다.

우리가 지향할 길은 혼자서만 많이 그리고 빨리 달려가는 속도의 독존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손잡고 성장하는 공존과 공생의 방향과 지혜가 긴요하다. 이제라도 신속함에만 맛들인 속도에서 멈춰 서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시 벼랑 끝을 향해 무작정 달려만 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정말 소중한 것을 잃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자. 혼자서만 ‘빨리’ 앞서 가는 길이 아닌, 더불어 함께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공생의 길을 모색해 보자.

 
김광태(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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