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17 (299)
손님은 주인의 됨됨이에 따라서 대접을 받는다. 일하는 사람을 찾아가면 직급에 따른 대우를 각오 하는 게 속 편하다. 이런 곳에 종사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다 보면 좋은 대접보다는 눈총 받기 십상이라는 쓸데없는 상식도 있었다.
“누구요?”
“인식이 엄마라던가?”
“그 사람 여기 그만 둔지 오래 됐어요.”
주방여자가 행주질을 대충하면서 딱 잘랐다. 말하는 품이 감정이 좋게 남아있지는 않다. 예상이 빗나간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내며 쌩한 찬바람이 느껴지도록 냉정해진 앞치마여자는 주방으로 돌아가 일없이 이 그릇 저 그릇을 덜그럭거리며 관심을 돌려 버렸는데 대신 문간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속눈썹의 여자가 반짝 호기심 도는 동작으로 앞에 와 앉았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대 피워 물고는 양지를 바라보았다.
“왜 댁에도 돈 받을 게 있소?”
“아, 예, 조금, 뭐…”
양지는 되도록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며 편안하고 거부감 생기지 않을 음성을 만들었다.
“참 뭐라카노. 제비가 작아도 강남을 가고 메추리가 작아도 새끼를 깐다꼬, 여자 아니가. 그런데 나는 죽었다 깨나도 그 재주는 몬 배우것더라.”
주방에서 파를 쓸고 있는 여자와 주거니 받거니를 하던 속눈썹 여자가 담배연기와 함께 어이없다는 웃음을 날렸다.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떼있다 치는게 나을 거요.”
하품하듯 양지에게 말한 여자는 이번에는 앞에 있는 양지는 젖혀두고 등 뒤쪽에 있는 주방여자에게 말을 던졌다. 양지의 청신경도 곤두서는 이름이 거론되었다.
“언니, 사실은 나 아까 길에서 인식이네 만났었거든”
“그래?”
칼을 든 손등으로 파를 써느라 매워진 눈을 훔치며 주방여자가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자 속눈썹 여자는 아예 무꼬랑지처럼 상체를 틀어서 돌아앉더니 아연 낮아진 목소리로 주고받았다.
“병원 앞에서 만났는데 그 말이 맞나봐.”
“그래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어리석은 영감 사기 치고, 핏덩이한테는 생젖 뗐으니 젖 아니고 뭣은 안 아프고 배길까. 죄받은 거다 그년, 썩을 년. 그래서 아무한테나 헤프게 퍼주고 할 때 알아봤다.”
“난 그래도 손님 받을라꼬 그리 친절한 줄 알았지. 그런 능구렁이 셈속이 있었는지 에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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