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내 돈과 공금 사용법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내 돈과 공금 사용법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6.12.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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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혼란스러운데도 반가운 소식들이 간혹 전해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가 ‘순수 차관 공여국’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농업차관 1730만 달러를 조기 상환하면서 공공차관을 모두 갚아 빚이 없는 국가 지위를 획득한 것은 차관 도입 57년 만의 쾌거다. 또한 우리나라 변방의 작은 도시인 진주시가 2013년 악성 채무상환에 이어 2016년 9월, 남아 있던 채무 1251억 원을 전액 상환하면서 빚 없는 도시가 됐다. 그 전에 경상남도도 지난 5월 1조3488억 원의 빚을 모두 갚아 채무제로를 달성했는데, 이는 시나 도가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였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대표하여 야3당 75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교육공무직원 14만여 명의 신분 보장과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여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안은 교육공무직원의 사기를 진작할 획기적인 법안으로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법안 제10조에 ‘교육공무직원의 보수는 교원 또는 공무원인 행적직원에 준한다’는 조항과 부칙④의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한다’는 조항인데, 참으로 위험하고 한심한 발상이다. 14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에만 연간 1조원이 소요되는데 교원 수준으로 보수를 인상하면 그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또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임용에도 어떤 우선권도 없는데, 공무직원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이는 그동안 임용시험을 준비해온 예비교사를 우롱하는 행위다.

또한 근자에 진주시의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두고도 말이 많다. 가장 핵심은 시가 지원하는 지원비를 두고 운송회사와의 갈등이 심각한데, 운송회사 요구대로라면 연간 30억 원 이상이 추가된다고 한다. 무릇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는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기 이익만을 고집한다면 명분과 설득력을 얻기가 어렵다. 그래서 공금이나 지원금 집행자는 엄격하게 적정성을 고려하고 받는 사람은 뼈를 깎는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내 돈은 물 쓰듯 쓰더라도 공금은 금쪽 같이 써야 한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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