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의 억울함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금수저의 억울함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6.12.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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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장면이지만 어릴 때 할머니께서 금수저 한 세트를 장식장 안에 넣어두시고 간혹 집에 오시는 분들에게 자랑을 하곤 하셨다.구경하는 분들도 정말 부러워하셨을 쯤 당신은 은수저로 식사하는 모습도 자랑하고 싶어서 함께 식사할 것을 종용하시곤 했다.

비유적으로 ‘금수저’란 말이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다. 원래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라는 유명한 영어의 속담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 유럽의 부유층에서는 은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했고, 그러한 집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유모가 은수저로 젖을 떠먹였다는 풍습에서 나온 속담이라 한다.

즉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식을 말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서 금수저가 되어 버렸다. 중세 유럽의 부자는 우리사회 부자에 비할 것이 못 된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에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다수의 젊은 청춘들과는 달리 부와 권력을 쥐고 있어서 뭐든 할 수 있는 계층의 자식이라 부러움과 아울러 질시의 이중적인 의미도 크게 내포되어 있다.

특히 좋은 말 타고 좋은 대학에 무혈 입성한 권력자의 딸과 좋은 비행기에서 좋은 술 마시고 난동 부린 자수성가한 집안의 아들에까지 최근에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 뒤에는 이러한 ‘금수저’들의 어이없는 행태가 있기에 더욱 금수저의 오명은 높아만 간다.

물론 이 땅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모든 자식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한번의 문제가 일으키는 파장은 사뭇 크다. 이러하다 보니 본디 자기는 부와 고귀함의 상징이었는데, 오늘날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차용된다는 것을 금수저가 알면 참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금수저’라 불리는 이들이 사회적 신분에 맞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짜 금처럼 빛나는 자식이 될 것이고, 이 나라 대다수의 ‘쇠수저’에게도 존경받을 것이다. 또한 이제는 유품이 된 할머니 장식장의 금수저도 앞으로 덜 억울하다고 속삭이지 않겠는가.

 
조문실(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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