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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60>법화산정상에서 건너보는 지리연봉의 황홀경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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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0  16: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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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 내린 눈을 밟으며 걷는 법화산 길은 좌우로 펼쳐지는 고산준령의 풍광이 아름다워 즐거움이 배가된다. 
   
▲ 눈이 쌓인 지리연봉의 파노라마 천왕봉(맨오른쪽)과 중봉(가운데)하봉(왼쪽)의 위용, 남쪽하늘에서 쏟아지는 역광에 공간감이 확연하다.


하얀 눈이 내렸다. 이끌리듯 지리산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여름 우리나라 전역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설쳤다는 사실을 금세 잊어버린 것 같다. 여름이 더워 겨울이 늦게 온 것인지 몰라도 지난달 26일 첫눈이 내린 뒤 지금까지 눈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두 번째 눈이 내렸다. 여름이 무척 더워서 올겨울은 상대적으로 더 춥고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리산 바래봉에 가자’는, ‘아니 덕유산 향적봉으로 가자’는 지인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할 일이 정해진 취재팀은 지리산제일문과 연결된 법화산을 택했다.

법화산(992m)은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에 위치한 산으로 최고의 조망권을 가진 도내에서 몇 안 되는 산이다. 그래서 이번 산행도 조망권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남쪽 20㎞지점에 지리산과 정북 쪽 20㎞ 지점에 함양 대봉산이 위치한다.

지리산 방향은 써레봉을 비롯해 천왕봉 중봉의 조망이 좋고, 북쪽은 함양읍 시가지를 넘어 대봉산(옛 괘관산)을 중심으로 좌측에 백운산, 우측에 황석산·기백산의 조망이 일품이다. 법화산 서쪽엔 삼봉산과 서룡산이 버티고 서 있고 함양 쪽으로 넘어가면 오도재이다.

 
   
▲ 왼쪽 천왕봉에서 오른쪽 반야봉까지의 지리연봉


법화산이라는 이름은 인근 산기슭 법화암에서 비롯됐다는데 산 이름이 먼저일 텐데 의아하다. 한국지명유래집 경상편 지명에 법화사는 산 동남쪽에 있었던 절로 883년에 결언(決言)이 세웠고 훗날 한국전쟁 때 소실돼 대천리로 옮긴 것으로 돼 있다.

▲등산로; 지리산제일문→갈림길(오른쪽 법화사에서 올라오는 길)→헬기장→법화산→동봉→갈림길→808m봉→갈림길(하산)→문상마을회관→법화사(차량 이용)

▲오전 10시, 지리산제일문이 등산로 초입이다. 주차장과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함양읍과 대봉산 백운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함양군 휴천면과 마천면 사이에 있는 지리산제일문은 지난 2006년 11월 준공됐다. 강산이 한번 변해 지난해 마루판과 지붕 데크로드를 새 단장했다. 북쪽에서 지리산으로 가는 마지막 쉼터로, 옛 삼국시대 때는 가야 마지막 왕 구형왕이 은거 피신할 때 중요한 망루였단다.

등산로는 지리산제일문을 통과해 산으로 들어간다. 등산화의 반을 덮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올 들어 처음 밟아보는 눈. 경사진 곳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 미끄러지기가 일쑤, 두 다리 두 팔로 기어올라야 한다.

 
   
▲ 왼쪽 천왕봉에서 오른쪽 반야봉까지의 지리연봉


오전 10시 40분, 문상마을에서 법화사를 거쳐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 견불동 2.9㎞ 법화산 1.2㎞를 가리킨다. 견불동은 문상마을을 비롯해 요즘 지리산식수댐건설지로 거론되고 있는 문정 일대를 말한다.

조망이 좋아 택한 산인데 정작 등산로에서는 울창한 나무로 인해 조망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대신 부분적으로 조망처가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에서 보이는 풍광이 이 산의 매력이다.

서부지방산림청 함양국유림관리소에서 운영하는 폐쇄회로가 설치돼 있는 공터가 나온다. ‘라마 1905 1640’이라는 국가지점번호가 노란간판에 새겨져 있다. 이런 표식은 실종 조난객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하동군이 최근 관내 지리산둘레길에다 국가지점번호를 새겼다.

오도재(773m)는 출발지였던 지리산제일문에서 함양방면으로 차를 타고 5분정도 가면 나온다. 마천면 구양리와 함양읍 구룡리 사이를 넘는 고개다. 예부터 남해와 하동에서 생산된 해산물과 소금 등이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전북 경북 충청도로 운송되던 주요 육상 교역로였다. 지리산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조사(1548∼1623)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해 오도재가 됐다고. 한때 지안재와 오도재를 구분해서 불렀으나 지금은 전체를 오도재로 부른다. 임진왜란 때는 서산, 사명, 청매 등 승군이 머물렀던 곳으로 영남학파 종조인 김종직 선생을 비롯, 정여창 유호인 김일손 등 많은 시인 묵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지리산을 노래했다. 꼬불꼬불한 길이 길게 연결되는데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 보여 요즘 사진가들이 검은 밤 자동차 불빛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 경사진 눈길에선 두팔을 같이 써야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평범하다. 고산의 우람함도 섬산의 날카로움도 없다. 수목도 수령이 오래된 것이 별로 없다. 흔한 우뚝 선 바위 하나 없는 평이한 산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거나 된비알을 오르거나 내림 길로 내려서는 산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이런 느낌들은 동네 뒷산에 오른 듯한 편안함과 고즈넉함을 제공한다. 하얀 눈을 밟으면서 좌우에 펼쳐지는 고산준령을 만끽하는 것이라면 이런 평이함도 상쇄된다.

오전 11시, 법화산 정상. 지리연봉의 황홀한 전경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특히 2000m에 육박하는 천왕봉과 중봉에 내린 눈이 역광에 드러나면서 신비한 공간감을 보여줬다.

 
   
 


깨진 도기처럼 날카로운 써레봉이 가장 눈에 띈다. 그 뒤로 중봉, 천왕봉이다. 수년전 어느 겨울 천왕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던 중 써레봉 부근에서 길을 잃고 헤맨 기억이 있다. 하는 수 없이 무작정 물길을 따라 하산한 곳이 지리산에서 가장 길다는 장당골이었다. 늦은 밤 산길을 헤매다 겨우 물길을 찾고 경상대학교 농학습림을 지나 내원사 지나 헤맨 끝에 닿은 곳이 목적지였던 치밭목대피소와 15㎞이상 떨어진 삼장 대포 숲이었으니 그 고생이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동봉에서 휴식한 뒤 낮 12시 20분, 808봉에 올라선다. 바닥에 쌓인 눈은 발목까지 빠진다. 아쉽게도 나무에 쌓인 눈이나 상고대는 녹아버렸다.

이번에는 북쪽에 1000m가 넘는 함양의 고산들이 펼쳐진다. 정면에 1228m 높이의 대봉산 천왕봉.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괘관산으로 불렸는데 일본인에 의한 개명이어서 봉황을 일컽는 대봉산으로 바뀌었다. 왼쪽에 바짝 붙은 산이 계관봉(1251m). 괘관산과 혼동할 수 있지만 대봉산군 중 최고봉인 계관봉이다. 이를 기준으로 좌측에 백운산(1278m), 오른쪽에 황석산(1190m) 거망산(1245m) 기백산(1331m) 금원산(1353m) 등 고봉이 즐비하다.

 
   
▲ 법화사


이 지역의 산의 형태가 진주지역에서 보는 지리산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처음 보는 이는 지리산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시선을 끌어오면 함양읍 시가지와 상림, 인월 방향 오봉산도 보인다. 오후 1시 20분, 주능선갈림길에서 하산해 2시 문상마을에 닿는다. 400년 된 느티나무가 반긴다.

법화사는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다. 대웅전과 나한전이 주 건물이다. 유물로는 마적(馬迹)의 석장과 탑인(塔印)·구룡병풍 등이 전한다. 아담한 절인데 남으로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어 웅혼함이 느껴진다.

해인사의 말사로 883년 신라 헌강왕이 왕명으로 결언(決言)에게 인근의 엄천사와 함께 창건토록 했다 한다. 창건 시 이름은 법화암이었다. 한국전쟁 때 불타 소실됐다가 1989년 주지로 부임한 석지명이 불사해 1990년대 초 대웅전과 나한전을 중창했다.

절간을 지키던 연세 드신 보살님이 커피 한잔을 권했다. 귀찮기도 할 법했으나 사람이 그리운 듯 멀리서 손짓으로 일행을 불렀다. 장작보일러를 때고 있는 그의 거처에는 훈기가 돌았다. 부산에 산다는 보살님은 수년 전 몸이 좋지 않아서 절에 오간다고 했다. “공기와 물이 좋은 곳이라서 이제 건강을 회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61223함양법화산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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