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최숙향 (시인·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교단에서]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
최숙향 (시인·화개초등학교왕성분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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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에서는 2017학년도부터 복식학급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학급편성 지침을 시달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분교는 현재 두 학년씩 묶어서 총 3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3월부턴 전 학년 한 학급씩으로 3개 학급이 더 늘어나게 된다. 특별실들을 다시 학급으로 전환하기 위해 그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벽지분교의 교육수요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며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시작됐다.

작년 필자는 산골 교단에 실로 알뜰하게 심신을 헌신하며 보냈다. 교육환경이 다소 소외된 지역의 아동들을 위하여 오로지 집중한 한 해였다.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전년의 마지막 날 일몰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달려갔지만 또 늦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매사에 나는 곧잘 늦는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 비평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비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영원히 늦기 전에 올해는 쇄신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산골벽지분교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동료교사처럼 내 존재는 최소한 내 주변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를 생각해본다. 버나드 쇼의 글귀를 음미하며 각오와 소망을 담아보는 새해 첫날 아침이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적을 위해/자신이 쓰이는 것이다.//…나는 나의 인생이 전체 사회에 속해 있으며,/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을/나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죽을 때 내가 완전하게 소진된 상태이기를 원한다./내가 더 열심히 봉사할수록/나는 더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나는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즐긴다./나에게 인생은 곧 꺼져버릴 등불이 아니라/일종의 찬란한 횃불이다.//이 횃불을 넘겨주기 앞서 내가 들고 있는 동안은/되도록 환히 타오르게 만들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발칸 산맥의 장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춥고 어두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딴 장미에서 최고급 향수가 생산되는데, 그 이유는 장미가 한밤중에 가장 향기로운 향을 뿜어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두운 터널, 힘든 겨울을 보내고 우리 모두 가장 진한 행복을 찾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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