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알리는 상서로운 새 '닭의 해'
아침 알리는 상서로운 새 '닭의 해'
  • 김귀현
  • 승인 2016.12.27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행 쫓고 복 부르는 존재…올해는 붉은색 상징
올해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붉은 닭의 해’로도 불린다. 천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가운데 ‘병(丙)’과 ‘정(丁)’이 붉은 색 또는 불의 기운을 상징해 붙여진 이름이다.

닭의 해는 계유(癸酉), 을유(乙酉), 정유(丁酉), 기유(己酉), 신유(辛酉) 등 다섯 차례이며, 12지의 10번째 동물인 닭은 시각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달(月)로는 음력 8월, 방향으로는 서(西)에 해당하는 시간과 방향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십이지신도 중 닭은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존재로 신통력이 있고 상서로운 새로 여겨졌다. 이런 닭이 한반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문헌상 삼한시대 이전부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징적 존재로 쓰인 것은 삼국유사 중 혁거세와 신라 시조 설화부터다. 당시 닭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 긴 꼬리를 가진 것으로 추측한다.

특히 닭은 불행이나 재해를 쫓고 복을 부르는 동물로 알려졌는데,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 설날이면 인가에 내려온 귀신이 아이들의 신을 신어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리지만 닭이 울면 일시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는 정월 초하루 새벽이면 벽이나 문에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였다. 또한 옛 풍속에 새벽에 우는 닭의 울음이 열번이 넘으면 풍년이 든다고도 했다.

닭은 다섯 가지 덕(德)을 지닌 동물로도 칭송됐다. 닭의 벼슬이 관(冠)과 같다 해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적을 두고 용맹히 싸우는 것은 용(勇)을, 먹이를 보고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춰 울어서 새벽을 알리는 것을 신(信)이라 여겼다.

이처럼 길상동물로 알려지다보니 닭의 외형이나 습성 등은 꽃과 어우러져 그림 소재로도 연거푸 쓰였다. 모란과 함께 그려 부귀를, 국화와 함께 그려 장수를, 석류와 함께 그려 다산·다자다복을, 맨드라미와 함께 그려 높은 벼슬을, 바위 위에서 우는 닭을 그려 집안의 대길을 뜻하는 등 상징화됐다.

닭과 관련된 길조어도 있다. 닭의 목을 먹으면 목청이 좋아진다고 하며, 닭이 감나무에 올라가면 재수가 좋다고 한다. 쌍알을 낳으면 집안이 흥한다고 하고, 닭이 항상 나무 밑에 있으면 집안에서 벼슬할 사람이 나온다고 전해졌다. 신화에서 닭 울음소리는 국부의 탄생을 상징한 것으로도 남아있다.

반면 닭이 새벽을 알리는 동물인 탓에 닭이 제때에 울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다.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하고 밤중에 울면 불길하다고 하며 수탉이 해진 뒤에 울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한다.

음력 정월 열엿새날, 정월 들어 첫 유일은 닭날(닭의 날) 또는 귀신날(귀신닭날)이라고 한다. 세시풍속으로 이 날 부녀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쉰다고 하는데, 특히 이날 바느질을 하거나 길쌈 같은 일을 하면 손이 닭의 발처럼 흉한 모양이 된다고 하여 금한다. 귀신이 붙어온다고 해 바깥 출입을 삼가기도 했다.

닭띠에 닭의 해를 맞는 이들은 1945년생(72세), 1957년생(60세), 1969년생(48세), 1981년생(36세), 1993년생(24세) 등이다. 닭띠 생은 지능이 뛰어나며 담력이 있고 인심을 사는 특징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정유년은 올해(2017년)를 기준으로 지나간 직전 해는 1957년이었으며, 이번 해를 보내면 2077년 돌아온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이상원 作 ‘대자연_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